"매도문의 없다" 시장 여전히 '냉랭'
전문가 "매물 잠김 해소 역부족"
"남는 게 있어야 팔고 나오죠. 집값이 다 같이 올라서 그런지 매도 문의도 없네요."
8일부터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이 기존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된다. 애초 내년 시행할 예정이던 소득세법 개정안이 예상보다 빠르게 시행되지만,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오히려 12억 원이란 비과세 기준에 맞춰 9~10억 원 사이 아파트값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정부는 7일 제53차 국무회의를 열고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및 부가가치세법 일부 개정 법률 공포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공제 기준이 기존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1가구 1주택자가 주택을 팔 때 가격이 12억 원 이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지난달 30일 여야는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내년 1월 1일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시장의 대기 매물이 늘어나자 개정안 공포일을 8일로 확정했다. 주택 매도 잔금 청산일과 등기일 중 빠른 날로 새 양도세 비과세 기준이 적용된다.
이 같은 세법 개정안 시행에도 시장 분위기는 최근 몇 달간 이어진 거래절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냉랭한 모습이다. 서울 동작구 W공인 관계자는 “기존에 매물을 내놨던 사람들은 개정안 시행 이후로 연기하겠다는 입장이고, 새롭게 매물을 내놓는 사람이나 문의 전화는 없었다”며 “이번 개정안은 상급지나 더 넓은 평수로 갈아타려는 사람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있을 거 같은데 문제는 내 집뿐 아니라 내가 이사하고 싶은 집도 다 같이 가격이 올라 선뜻 집을 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포구 B공인 관계자도 “아직 매도 물량이 늘었다거나 문의가 있는 건 아니다. 보유세나 거래세가 강화된 상황에서 실수요자 위주로 거래세만 조금 완화한 건데 '정권 바뀌고 더 완화하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에 일단 주택을 가지고 있자는 분위기”라며 “집을 팔아서 수익이 나야 집을 파는데 지금은 팔고 다른 집을 사려고 해도 내야 할 세금이 만만치 않고 팔고 남는 게 별로 없다고 인식되니 매도 움직임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기대와 다르게 이번 양도세 비과세 기준 완화에도 매물 잠김 현상은 해소되지 않을 전망도 나온다. 심지어 비과세 기준인 12억 원에 맞춰 아파트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12억 원 이하인 9~10억 원짜리 아파트에 수요가 몰려 이들 아파트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 매물은 계속 잠기면서 결국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몰려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