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초등학교 취학 전 만 4~5세 유아에 대한 의무교육을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만 0~3세는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4~5세는 유아학교(현 유치원) 진학을 의무화하자는 구상이다.
조 교육감은 25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출입기자 간담회를 열고 "저출산·저출생이라는 국가적 인구절벽 위기를 앞두고 유아 의무교육 시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향후 교육정책의 기본방향이 정해지는 대선 국면에서 국가적 교육의제로서 만 4~5세 유아 의무교육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유치원 명칭을 '유아학교'로 바꾸고 만 4~5세 유아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재 만 3~5세 유아의 경우 어린이집을 가거나 유치원에 입학하는 사례로 나뉜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3~5세 유아의 학습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통의 '누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조 교육감은 연령대에 따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가는 만 0~3세는 어린이집에서 보육중심의 교육과정을 받고 4~5세는 유아학교를 다니도록 체계를 바꾸자고 주장했다. 보육은 선택하고 4~5세는 유아학교를 의무교육으로 바꾸고 등교와 교육 중심으로 운영하자는 뜻이다.
그는 "유아교육 의무화로 사립유치원 학부모 부담금을 국가가 책임진다면 출산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유치원·어린이집의 이원화된 운영, 기관에 따른 교육 편차 등으로 나타나는 유아기 교육 불평등 현상도 없애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아학교제가 시행되면 현재 사립유치원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독립 사업체여서 자율성이 높은 지금과 달리 교육부 산하 '학교법인'으로 통합돼 현행 학교 수준의 책무성·공공성·투명성 등을 관리·감독받게 되는 이유에서다.
조 교육감은 "의무교육의 전제가 되는 무상교육을 실현하려면 3조4800억 원 정도의 국가예산이 필요하다“며 ”이는 사립유치원들에게도 지원될 금액인 만큼 사립유치원들도 환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육청은 이날 '초등학교 1학년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배치 추진 방안'도 공개했다. 서울 시내 초1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비율은 현재 39.1%(220개교) 수준이지만 교육청은 교실을 더 확보해 내년 최대 56.6%(320개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2024년엔 이 비율을 최대 90%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이날 제안한 정책들이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3선에 도전하는 공약이냐는 질문에는 "학령인구 감소·비대면 교육 등 이런 대전환 시기에 교육의 근본적 과제를 촉진하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역할이 아직 남아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세 번째 서울시교육감 출마 의사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