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노바백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글로벌 승인의 물꼬를 텄다. 이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승인·도입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노바백스는 인도 백신 제조기업 세럼인스티튜트(SII)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의 세계보건기구(WHO)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했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서 백신의 글로벌 승인 신청을 여러 차례 연기했던 노바백스는 WHO를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허가 작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우리 정부도 올해 초 총 4000만 회분(2000만 명분)의 국내 도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국내 백신 기업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술이전 방식으로 전량 생산·공급할 예정이다.
정부는 애초 2분기 노바백스 백신 도입을 목표로 했지만, 노바백스의 글로벌 허가가 이뤄지지 않아 국내 도입 일정도 계속 미뤄졌다. 백신 접종을 위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와 국가출하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4월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품목허가를 위한 사전 심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의 허가가 나지 않으면서 본격적인 품목허가 절차에는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다른 나라보다 먼저 노바백스 백신의 품목허가를 내줄 수는 있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글로벌 허가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노바백스 백신이 WHO 승인을 획득하면 우리나라도 이 백신을 허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식약처는 코로나19 백신의 허가심사 기간을 최대 40일로 단축해 허가심사 착수 시점에 따라 연내 품목허가가 가능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일찌감치 노바백스 백신의 대량생산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미 시생산은 진행했으며, 품목허가 즉시 상업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해당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 브랜드로 국내에 공급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본격적인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도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며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노바백스 백신은 앞서 국내 허가된 mRNA 백신(화이자·모더나)이나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아스트라제네카·얀센)과 달리 합성항원 방식으로 개발됐다. 합성항원 백신은 항원 단백질을 합성해 면역증강제와 섞어 인체에 투여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으로, 기존 인플루엔자나 B형간염 예방접종 등에 사용됐다. 개발 역사가 긴 만큼 안전성이 높고, 접종 부작용에 대한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전문가들도 가장 안전한 코로나19 백신으로 노바백스 백신을 꼽은 바 있다.
효능도 우수하다. 노바백스는 미국과 멕시코에서 3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 백신의 임상 3상에서 90.4%의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보다 훨씬 높고, mRNA 백신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또한, 섭씨 2~8도에서 보관·유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mRNA 백신의 콜드체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1회분 가격이 16달러 선으로 책정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는 비싸지만 화이자나 모더나 등 mRNA 백신보다 저렴하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는 최근 ‘글로벌 바이오제약산업 프리뷰’ 보고서에서 노바백스 백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비용, 편리한 보관, 강력한 효능과 저렴한 가격 등에 힘입어 전세계 중저소득 국가의 수요를 충족시킴으로써 2026년까지 매출이 증가할 유일한 백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