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온라인쇼핑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빠른 배송이 곧 경쟁력인 시대가 왔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에 언택트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의 관심은 배송 속도를 넘어 ‘안전’에도 쏠리고 있다. 글로벌 업체는 물론 국내 업체들도 드론이나 AI(인공지능) 로봇 배송에 나서며 경쟁력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방위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배송 로봇 및 물류 로봇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배송 로봇 시장은 지난해 2018년 1190만 달러(132억 5660만 원)에서 2024년에는 3400만 달러(378억7600만 원)로 연평균 성장률은 1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의민족의 실내 배달로봇 ‘딜리타워’는 내년에 인천국제공항에서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로봇 배송 서비스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따라 우아한형제들은 주거시설인 아파트와 대형 업무시설에 이어 공항에서도 로봇 배송을 선보이게 됐다.
내년 하반기에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선보이는 로봇 배송 서비스는 공항 이용객이 QR코드를 통해 터미널 면세구역의 음식점이나 카페의 음식, 음료를 주문하면 딜리타워가 고객이 있는 위치까지 배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비스가 실현되면 이용객은 터미널 내 식음매장 이용이 편리해지고, 입점 매장은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민의 실내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타워는 국내 최초로 6월엔 아파트 단지에서 7월에는 대형 오피스에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는 2019년 11월 건국대학교 서울 캠퍼스에서 한달여간 로봇 배달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8월부터 경기도 수원시 광교 앨리웨이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연내 실내외 자율주행과 층간이동 기술이 접목된 차세대 배달 로봇도 선보일 계획이다.
세븐일레븐도 로봇을 활용한 근거리 배달 서비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달 자율주행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뉴빌리티‘와 ‘자율주행 로봇 배달 서비스 도입 및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븐일레븐은 뉴빌리티가 개발한 실외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를 활용해 연내 근거리 배달 서비스 시범 운영에 나설 예정이다.
아마존은 2019년 1월 처음으로 택배배달 로봇 ‘스카우트(Scout)’의 테스트에 나섰고, 곧이어 미국의 워싱턴과 캘리포니아 어바인, 애틀란타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했다. 스카우트는 몸통에 바퀴 6개가 장착된 소형 자율주행 로봇이다. 성인 무릎 높이의 크기로 사람의 보행 속도로 주행하면서 인도를 따라 보행자나 반려동물을 피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도록 설계됐다.
아마존은 스카우트 외에도 EV트럭 제조업체인 리비안(Rivian)과 자율주행차 업체인 죽스(Zoox)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자율 주행과 로봇 배송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죽스는 지난해 12월 최고 시속 120㎞에 완충시 16시간 주행 가능한 물류 기반 자율주행차량을 공개한 스타트업이다.
구글은 2015년 드론 전문 자회사 ‘윙 애비에이션(Wing Aviation)’을 설립하고 6년간 드론 ‘윙(Wing)’의 개발에 몰두해 왔다. 이 업체는 호주에서 약 7만 회의 시험 비행과 3000번의 시범배송을 선보인 후 2019년 10월부터는 물류업체 페덱스(Fedex)와 손을 잡고 실제 배송에 적용시켰다.
미국 도미노피자는 지난 4월 무인 자율주행차량 기업인 뉴로(Nuro)가 개발한 ‘무인 자율주행 로봇’ R2로 배달 서비스에 돌입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그런가 하면 호주 도미노피자는 2016년 호주 로봇개발회사 마라톤로보틱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도미노 로봇 유닛’을 선보이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지난해 무인택배 물류로봇 ‘샤오만루’를 출시했다. 이 로봇은 1회 충전으로 100㎞ 이상 운행 가능하며, 매일 최대 500건의 택배배송을 할 수 있다. 지난해 광군제 당시 샤오만루를 활용해 5만 건 이상의 택배를 배달했고, 올해 3월 기준으로 11개 도시에 15개 대학교에 도입됐다. 징둥(JD)도 지난 2016년부터 무인택배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유통업계의 로봇 활용은 배송에만 그지치 않는다. 감염병 확산과 냉장ㆍ냉동 센터에서 근로자의 안전과 노동 부담이 이슈가 되면서 물류센터에서도 적용이 한창이다. 대표 업체는 영국 식료품 전문 업체인 ‘오카도’다. 이 업체의 물류창고에는 레일이 격자 모양으로 깔려 그 위로 작은 박스형 로봇이 지나다니며 분리 작업을 수행한다.
직원은 배송품을 박스 안에 담고 확인하는데 그쳐 많은 인력을 필요하지 않는다. 실제 오카도의 영국 앤도버 물류센터에서는 2019년 대형 화재가 발생해 전소했지만, 물류센터 내부에는 일하는 직원이 없어 인명 피해 없이 불을 진압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SSG닷컴과 마켓컬리의 물류센터가 최근 오카도의 모델을 비롯해 다양한 자동화 시스템을 참고해 만들었다.
아마존도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를 시도하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선반에서 물건을 내려주는 로봇인 ‘어니’와 ‘버트’를 시범 도입하기도 했다. 이 로봇들은 사람에게 위험할 수 있는 선반 물건 배치 작업을 대신 수행함으로써, 아마존 직원들의 부상 가능성을 최소화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인건비 상승 영향으로 물류 자동화는 유통업계에서는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