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부진, 중국발 규제 등 악재에 쌓인 게임 기업들이 주가 부양책으로 자사주 매입을 꺼내 들었다. 자사주 매입 결정에도 위축된 투자심리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력 게임의 실적, 신작 성과가 게임 기업의 주가 방향을 좌우한다고 설명한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날 웹젠은 103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목적은 주가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다. 총 35만5000주를 장내에서 직접 사들일 예정이다.
자사주 매입은 자기 회사 주식가격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할 때 기업이 자기 자금을 이용해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을 의미한다.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 순이익, 미래 현금흐름을 높이기에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곤 한다. 지분율이 높아져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도 활용된다.
웹젠은 지난 9일 신작 ‘뮤 아크엔젤2’ 출시 후 주가가 연일 하락하자 주가 안정 목적을 내세워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4월 5만 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5일 종가 기준 2만8000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올해 상반기 뮤 IP를 이용한 2개 신작이 중국에서 출시됐지만,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지 못하면서 부진한 실적으로 이어졌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뮤 아크엔젤2’에 이어 하반기 다른 신작이 중국에서 출시되면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다. 그러나 흥행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투자심리 역시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소울2’ 흥행 부진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1899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올해 초 엔씨소프트 주가는 100만 원을 훌쩍 넘으며 ‘황제주’로 불리기도 했지만, 신작 출시 후 낙폭이 커지며 60만 원 아래로 주저앉았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공시에도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리니지 기반의 게임성, 과금 BM에 의존하지 않고 혁신적인 신작을 개발해 출시하는 게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될 것”이라며 “후속 신작인 ‘아이온2’, ‘프로젝트 TL’을 시작으로 해당 전략을 반영해야 전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창출하는 게 가능할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소셜 카지노 게임 기업 미투젠이 1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계획을 공시했다.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지만, 실제 부양 효과는 미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게임 기업이 자사주 매입을 내세운다는 건, 이제 투자자에게 내세울 카드가 없다는 걸 의미한다. 게임 기업은 신작 출시 전 기대감, 출시 후 시장 반응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 향후 성장하는 수익원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오히려 주가 하락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