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민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보험료율이 일괄 인상된다. 단, 보험료율 인상이 시급한 국민연금은 올해도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양성일 1차관 주재로 열린 제5차 장기요양위원회에서 내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을 12.27%(건보료율 대비)로 올해보다 0.75%포인트(P) 인상하는 방안이 의결됐다. 지난달 26일 열린 제1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선 내년도 건보료율 1.89% 인상(6.86%→6.99%)이 결정됐다. 고용노동부도 이달 1일 발표한 ‘고용보험 재정 건전화 방안’에서 내년 7월 1일부터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1.6%에서 1.8%P로 0.2%P 인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연금보험료 인상은 올해도 무산됐다. 국민연금보험료를 인상하기 위해선 법률(국민연금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논의는 보건복지부가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지 3년이 다 되도록 시작조치 안 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은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적립식’으로 운영돼 현재까진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없지만, 보험료율 인상 등 개혁이 미뤄지면 미래 가입자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연금 개혁에 소극적인 배경은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다.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은 보험료율이 인상될수록 가입자가 당장 체감할 수 있는 혜택도 늘어난다. 반면,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인상이 재정 안정화 장치에 불과하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보험료율이 지금(9.0%)보다 2배 이상 오르지 않으면 혜택 확대는 어렵다.
윤석명 한국연금학회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2007년 개혁 때도 10년간 보험료율을 12%까지 올리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많은 전문가가 경제 상황을 이유로 반대했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돌아보면 그때가 좋았다”며 “앞으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나마 경제활동인구 규모가 유지될 때 최소한의 보험료율 인상이 있어야 제도 불균형을 해소하고, 미래세대가 떠안을 고통도 현세대가 분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