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족 증가로 근거리 매장에서 장을 보는 고객이 늘면서 편의점들이 대형마트나 온라인몰에서나 볼법한 밀키트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 등 주문·배달 플랫폼의 유행으로 도시락이 예전보다 덜 팔리는데 대한 대응책이기도 하다.
9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달말 가정간편식(HMR) 전문 스타트업 기업 테이스티나인과 협업해 ‘편의점 밀키트’ 브랜드를 론칭하고, 우삼겹 부대찌대와 트러플크림&깐쇼새우 파스타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출시 10여일 만에 10만개가 팔리며 GS25 자체 간편식 카테고리 최고 매출 1, 2위 상품으로 등극했다.
그동안 GS리테일은 자사 PB(자체브랜드) 심플리쿡을 통해 밀키트와 HMR(가정간편식)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스타트업과 협업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게 됐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밀키트를 세분화하고 확대할 계획”이면서 “앞으로도 푸드 스타트업과 협력해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한 ‘편의점 밀키트’를 지속 출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BGF리테일 역시 TV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의 우승 메뉴를 밀키트로 선보이고 점포와 멤버십 앱 포켓CU를 통해 판매해 HMR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편스토랑 방영 1주년을 맞아 지난해 첫 판매를 시작한 밀키트는 현재까지 총 10여 종 출시됐으며 꾸준한 판매를 기록하며 지난달 매출이 첫 달 대비 두 배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최근 급성장하는 밀키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7월 별도로 밀키트 카테고리를 신설하고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출시될 새로운 밀키트는 편의점 간편식의 장점을 살려 더욱 간편한 조리법이 적용될 예정이며 기존 상품보다 유통기한이 최대 3배 이상 긴 것이 특징이다.
이마트24 역시 인기 예능 프로그램 ‘도시어부’와 손잡고 밀키트를 내놨다.
편의점들이 밀키트에 눈독 들이는 것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고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고객이 늘고 있는 가운데 밀키트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85% 증가한 188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15억원에 불과하던 시장이 3년 만에 125배 증가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극심했던 7월부터 지난달 12일까지 밀키트 상품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36%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장국·탕·찌개 등 HMR도 86% 올랐다. CU가 편스토랑 편으로 내놓은 재해석한 17대 ‘복돼지면 밀키트’는 판매시작 5분 만에 준비된 수량이 완판됐다.
편의점의 밀키트 공세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는 도시락의 대안이기도 하다. 음식 배달ㆍ주문 앱의 인기로 편의점 도시락 인기는 식고 있기 때문이다.
김혜자ㆍ백종원으로 대표되는 도시락은 편의점 효자상품으로 2010년대 중후반을 호령했다. 2014년 만해도 한 자릿수 성장율을 보이던 즉석식품 매출은 2015년 연예인 도시락 붐을 타고 두 자릿수로 커지더니 2016년 한해 매출 성장률은 50%에 육박했다. 즉석식품 매출 중 도시락 비중은 60~70%에 달한다.
2018년까지 두자릿수 신장세를 이어가던 즉석식품 매출은 코로나19가 덮친 작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작년 한해 즉석식품의 연간 성장률은 -7.0%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 기저효과로 반등할 법도 하건만 상반기에 0.7% 회복세에 그쳤다.
편의점들은 대대적인 도시락 리뉴얼에 나서면서 ‘프리미엄’과 ‘가성비’ 투 트랙 전략으로 반격에 나섰다.
CU는 타사 도시락과 ‘초격차’를 선언했다. CU는 올해 추진하는 간편식품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의 완결인 ‘도시락 리뉴얼 마스터플랜’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제2의 도시락 전성기를 연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가격’에 방점을 찍고 이달 초저가 도시락 ‘이딸라 도시락’을 내놨다. 이마트24는 투트랙 전략을 적절히 활용한다. 2500원짜리 새콤달콤유부초밥도시락부터 8500원짜리 프리미엄 도시락인 버라이어티초밥세트까지 다양한 가격대와 콘셉트 도시락을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