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이미 대세…하드셀처 포함 RTD 카테고리 나홀로 성장
낮은 도수, 낮은 열량을 주 콘셉트로 삼은 '하드셀처'가 등장하고 있다.
하드셀처는 미국 등지에서 이미 유행하고 있는 주류 카테고리로, 알코올과 탄산에 과일향을 첨가했으면서도 저칼로리 스펙을 가진 점이 특징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추구하는 '건강한 주류문화'가 자리 잡은 여파다. 국내 업계 역시 건강, 다이어트 트렌드에 발맞춰 '하드셀처' 제품 개발에 시동을 걸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저도주, 저칼로리 콘셉트의 '하드셀처'가 국내 주류업계에 등장하고 있다. ‘하드셀처(Hard Seltzer)’는 ‘탄산수’를 뜻하는 ‘셀처(seltzer)’에 ‘hard’를 더한 단어다. 이미 해외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대세 주류로 자리 잡았다. 시장전문 조사회사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주류 시장 카테고리별 데이터에서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다른 주종은 전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지만 (하드셀처가 포함된) RTDs만 16% 가까이 나홀로 성장했다.
이오륜 유로모니터 주류ㆍ담배 부문 수석연구원은 "하드셀처는 RTD 주류의 한 종류로 탄산수를 의미하는 셀처에 술을 의미하는 하드를 붙여서 만든 가벼운 RTD류를 일컫는다. 미국의 마크앤써니 (주요 브랜드: White Claw)와 보스턴 비어(주요 브랜드: Truly)가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으며 칼로리와 도수가 낮은 게 특징"이라면서 "기존의 RTD 주류가 단맛을 강조하기 위해 당분이 많이 포함됐던 것과는 달리 설탕과 칼로리를 줄이고 대신에 비교적 건강한 느낌을 주기 위해 유기농 원료나 비타민이나 항산화 성분을 포함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일찌감치 저칼로리, 저도수 트렌드를 포착해 관련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업체는 롯데칠성이다. 음료 부문에서 제로 펩시, 칠성사이다제로를 수년 만에 재출시하는 등 '음료 다이어트'를 해왔던 롯데칠성은 주류 부문에서 하드셀처 카테고리 제품을 새롭게 선보이며 이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칠성은 최근 ‘신개념 저칼로리 탄산주'인 ‘클라우드 하드셀처’를 출시했다. 500㎖ 한 캔의 열량이 85㎉에 그치는 저칼로리 제품이다. 알코올 도수는 3도이며 천연 망고향을 첨가했다. 소비자 음용 조사를 통해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 ‘칼로리가 낮은 술’, ‘설탕(당)이 적게 들어간 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 맥주보다 낮은 알코올 도수, 당(糖)이 거의 포함되지 않아 맥주 대비 3분의 1 수준 칼로리의 ‘클라우드 하드셀처’를 선보였다는 설명이다.
정식 하드셀처 제품을 출시하기 이전부터 롯데칠성은 저도수 제품을 출시하며 '도수ㆍ칼로리 다이어트'를 준비해왔다. 지난 5월 초 출시한 ‘순하리 레몬진(津)'은 레몬향을 첨가한 과일탄산주로, 알코올 도수가 4.5도, 7도인 저도수주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정식 하드셀처 제품을 선보인건 클라우드 하드셀처가 처음이다"라면서 "순하리 레몬진과 클라우드 하드셀처는 제조 공법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도수, 저칼로리 트렌드에 발맞춰 내놓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협업을 통한 저도수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지난달 경남제약의 레모나와 콜라보한 ‘이슬톡톡 레모나’를 출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빙그레 아이스크림 ‘메로나’와 협업한 ‘메로나에이슬’을 선보였다. 각각 알코올 도수가 3도, 12도로 저도수 한정판 제품이다.
오비맥주는 하드셀처 콘셉트의 캔으로 즐기는 칵테일 ‘컷워터’ 4종을 최근 선보였다. ‘컷워터’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있는 증류주 제조사 ‘컷워터 스피리츠(Cutwater Spirits)’가 생산하는 캔 칵테일 브랜드다. 이들 제품은 당과 탄수화물이 없는 99㎉ 저칼로리 제품이다. 도수도 12.5도, 보드카 소다 2종은 모두 5도로 저도수 스펙을 갖고 있다.
주류종합기업 아영FBC 역시 최근 알코올 스파클링 워커 '더티 하드셀처' 2종을 출시했다. 화이트 시트러스, 라즈베리 로제 총 2종으로 글루텐 프리인 비건 제품이다. 캔당 83㎉의 저칼로리, 비건인증 그리고 글루텐 프리로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했다.
이오륜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하드셀처는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이나 가볍고 덜 해로운 술 콘셉트로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라면서 "지난 10년간 국내 RTD 주류 시장은 머드쉐이크 등의 제품이 주를 이뤘지만, 소비자들이 가격 경쟁력이 있고 제품 이미지도 더 트렌디한 수입 맥주로 옮겨가며 부진을 겪었다. 하드셀처가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면 부진한 RTD 주류 카테고리의 매출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