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ㆍ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원화가치 절하(원화 약세)가 국내 제조업 수익성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지만, 업종별로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2일 발표한 ‘원화환율 변동이 우리 경제 및 제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 가치와 국내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과거 원화가치 절상 기간(2010~2014년)에는 2.5%포인트 하락했지만, 최근 원화 절하 기간(2014~2018년)에는 3.1%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산업연관표를 통한 분석에서도 원화가치의 10% 절하로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1.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원화가치가 10% 내리면 수출이 늘면서 영업이익률도 3.4% 증가하나, 동시에 수입 원재료비도 상승해 영업이익률이 2.1% 감소한 결과다.
2019년 원화 절하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업종은 영업이익률이 3.5%포인트 상승한 '기계와 장비'였다. 이어 컴퓨터ㆍ전자 및 광학기기(2.5%포인트), 운송장비(2.4%포인트), 화학(1.4%포인트), 전기장비(1.3%포인트) 순이었다.
반면, 석탄 및 석유(-2.4%포인트), 음식료(-0.6%포인트), 목재와 종이ㆍ인쇄(-0.4%포인트), 1차 금속(-0.2%포인트)은 원화 가치 절하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산업별 수출단가 조정 여력을 고려해 원화 절하에 따른 산업별 영향을 △집중 수혜형 △부분 수혜형 △부분 피해형 △집중 피해형 등 4가지로 구분했다.
집중 수혜형은 원화 절하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에다 원화가 절하됨에도 산업 특성상 수출단가 조정(인하)이 어려워 이에 따른 추가적인 이익도 볼 수 있는 업종이다. 전기장비, 운송장비, 기계ㆍ장비, 컴퓨터ㆍ전기 및 광학기기 분야가 대표적인 사례다.
원화 절하로 수출단가는 인하되지만, 절하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가 더 큰 부분 수혜형으로는 화학제품 분야가 선정됐다.
반면 석탄 및 석유, 목재ㆍ종이, 1차 금속은 원화 절하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데다 수출단가 인하로 인한 피해가 확대할 수 있는 집중 피해형으로 분류돼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환리스크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조업 영업이익률뿐 아니라 물가도 원화가치 변동과 반대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을 기준으로 원화가치가 10% 절하 시 생산자물가는 전 산업 평균 2.5% 상승하고 제조업만 한정한 경우에는 3.4% 상승한 것으로 추정됐다.
산업연관표의 투입ㆍ산출 구조상 환율 변동에 노출되는 부분인 순수출 익스포져(총 산출액에서의 수출 비중에서 수입 중간재 비중을 뺀 것)는 제조업의 경우 2016년 14.6%에서 2019년 13.0%로 꾸준히 하락했다. 이는 우리 경제가 환율 변동의 영향을 이전보다 적게 받는다는 것을 뜻한다.
강내영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최근 원화가 달러화, 유로화, 위안화 등 주요 통화에 비해 빠르게 절하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라면서 “제조업 중 수출 비중이 높고 원자재 수입 비중이 낮으며 환율변동의 대응력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