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높은 '적정성 검토' 벽 넘는 게 관건
서울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4단지가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앞으로 최대 2차례의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는 게 관건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상계주공4단지는 19일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에서 D등급(조건부 재건축)을 받았다. 예비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걸음이다. 이후 민간업체가 진행하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재건축 확정)을 받으면 즉시 재건축이 가능하다. 하지만 D등급을 받았더라도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까지 통과해야만 한다. 한 번이라도 A등급~C등급(유지·보수)을 받으면 재건축을 할 수 없다.
상계주공4단지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이제 정밀안전진단을 맡을 용역업체 선정을 위해 주민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이 일대 상계주공 단지 16곳 중 정밀안전진단을 앞둔 곳은 총 10곳(1·2·3·4·7·9·11·13·14·16단지)이 됐다.
문제는 2차 정밀안전진단인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18년 정부가 적정성 검토에서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기존 20%에서 50%로 높였기 때문이다. 구조안전성 평가는 건물 기울기, 내구력, 기초침하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안전진단의 핵심이다. 실제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이 단계에서 탈락하는 재건축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아파트는 지난달 적정성 검토에서 C등급을 받아 재건축 사업이 좌초됐다.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는 48.98점(D등급)을 받았지만 2차에선 이보다 10점 높은 60.07을 받았다. 강동구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도 지난달 적정성 검토에서 C등급을 받고 최종 탈락했다. 이처럼 준공된 지 30년이 훌쩍 넘은 대표 노후 단지들이 탈락하자 업계에선 적정성 검토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공릉동 J공인 관계자는 “현재 기준은 집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재건축하지 말라는 뜻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적정성 검토 일정을 미루는 단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이후에 검토를 받겠다는 것이다. 상계주공 3단지는 지난달 정밀안전진단을 연기하기로 했다. 상계주공 6단지도 연내 추진하려던 정밀안전진단을 결국 내년으로 미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에서 현재 적정성 검토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재건축 단지는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라며 “구조안전성 평가 비중을 다시 예전 기준인 20%까지는 낮춰야 재건축 사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