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당초 이날 오후 2시로 예정했던 손 회장 사건의 1심 판결 선고를 일주일 뒤인 27일 오후 2시로 늦췄다. 행정법원 관계자는 “판결을 수정하는 것은 없고 판결문을 다듬으려고 일주일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에 책임을 물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렸다. 이에 손 회장은 금감원 징계의 법적 근거가 부족한 점을 이유로 중징계 조치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금감원이 징계 사유로 제시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사지배구조법)’ 상의 내부통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손 회장의 1심 선고 판결은 금융권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향후 금감원의 감독·검사·제재 방향뿐만 아니라 같은 이유로 행정소송 중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법원이 DLF 사태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판결을 미룬 것으로 추측한다. 재판부는 선고를 내리면 판결문을 작성해야 한다. 이번 소송처럼 세간의 이목을 끄는 사건일 경우 판결문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다. 재판부가 금감원과 손 회장의 행정소송 1심 판결을 연기한 것도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해 판결문 작성에 더 신중을 기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한 펀드로,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라 DLS와 DLF의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2019년 세계적으로 채권 금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의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를 편입한 DLF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이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DLF 피해 투자자는 3243명(일반+전문투자자)으로 투자금액은 7950억 원에 달한다. 투자 피해가 컸던 만큼 이번 선고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금감원과 손 회장 측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선고 연기와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자소송으로 진행하면서 법원이 옛날처럼 선고를 먼저 하고 나중에 판결문을 내놓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더군다나 국민적 관심사가 큰 사건은 선고가 내려진 순간부터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에 판결문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