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항소심 재판에 처음 출석했다.
광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9일 오후 2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씨의 항소심 3차 공판을 연다.
전 씨는 이날 오후 1시께 재판 출석을 위해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크를 착용한 전 씨는 경호원과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법정으로 향했다.
광주시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 발포명령 사실을 부인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모두 침묵했다. 전 씨는 이날 오전 자택을 나설 때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 씨가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전 씨 측은 법리상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두 차례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전 씨는 모두 불출석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계속 출석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규정은 피고인의 불출석으로 인한 재판 지연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충분히 입증하고 싶으면 피고인의 출석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전 씨는 재판에 출석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2017년 회고록에서 고(故) 조비오 신부를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부인하면서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썼다.
1심은 전 씨가 헬기 사격을 알고도 회고록에 허위 사실을 적시하고 조 신부를 비난했다고 보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5ㆍ18 당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최초로 인정했다. 검찰과 전 씨 측은 각각 양형 부당과 사실 오인·법리 오해를 주장하며 쌍방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