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된 가운데 고급차와 SUV가 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이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산 전기차는 전용 플랫폼의 순수 전기차, 수입차는 고급 전기차 중심으로 성장했다.
국산차는 작년까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파생형 전기차’가 인기를 누렸다. 현대차 코나 EVㆍ기아 니로 EV 등이다.
그러나 지난 4월 현대차가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를 출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바탕으로 한 새 모델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실내구성부터 충전 및 구동 시스템까지 전기차의 새 표준을 제시했다.
기아 역시 지난달 E-GMP를 바탕으로 첫 전기차 EV6를 출시했다. 내년에는 고성능 GT 출시도 예고했다.
올해 선보인 이들 전용 전기차의 가격은 모두 6000만 원 미만이다. 차 가격이 6000만 원 이하일 경우,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6000만~9000만 원은 보조금의 50%만, 9000만 원을 초과하는 전기차는 아예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다.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가 기어코 가격을 6000만 원 아래에 묶어놓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보조금과 관계없이 고급 전기차에 대한 수요는 증가세가 뚜렷하다. 향후 전기차 시장은 고급차는 물론 대형 SUV까지 영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차 가격이 올라갈수록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입 전기차 판매양상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수입 전기차 판매는 115대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7000만 원 이상의 고가 전기차 판매는 단 1대였다.
2019년 상반기에는 687대의 수입 전기차가 팔렸다. 이 가운데 7000만 원 이상 고가 모델은 5.8%(40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지난해, 특히 올해 들어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작년 상반기 수입 전기차는 총 1602대가 팔렸다. 이 가운데 7000만 원 이상의 고가 모델은 166대(10.3%) 팔렸다. 고가의 전기차 비중이 전년 대비 4.5% 포인트 상승하면서 시장 확대 가능성을 입증했다.
10%대에 머물렀던 고가의 전기차 비중은 마침내 올해 상반기 절반을 넘어섰다.
KAID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수입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1602대)보다 66.4% 증가한 2666대에 달했다. 이 가운데 7000만 원 이상 고가 전기차 판매는 1397대. 전체 수입 전기차 가운데 52.4% 수준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 등 유럽 고급차 브랜드에서 잇따라 1억 원대 전기차를 국내에 선보이면서 고급 전기차에 관한 관심도 커졌다.
국산차 역시 흐름이 비슷하다. 이날 제네시스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출시한 G80 전동화 모델은 3주 만에 누적 계약 대수 2000대를 돌파했다.
보조금을 제외한 G80 전동화 모델의 기본 가격은 8281만 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이 수요가 뚜렷하게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네시스 역시 이 여세를 몰아 전기차 영역을 더욱 확대한다. 하반기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한 첫 모델 GV60을 내놓을 예정이다.
제네시스 SUV 가운데 막내지만 '전기차+고급차+SUV'라는 키워드를 모두 거머쥔 만큼, 제네시스는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런 추세는 향후 SUV까지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등장하는 순수 전기차 대부분이 SUV 형태다. 주행거리 연장을 위한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해도 공간 제약을 덜 받기 때문이다.
이 추세에 맞춰 현대차 역시 2024년 아이오닉 7을 출시한다. 대형 SUV 형태의 순수 전기차다. 차 크기만 따져보면 '현대차 팰리세이드'를 넘어서는 대형급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폭발적인 초기 인기를 누리고 있는 G80 전동화 모델은 전기모터 출력이 272kW에 달한다. 내연기관으로 환산하면 약 370마력이다.
급속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10%→80% 충전까지 22분이면 충분하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427㎞에 달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980년대 수입차 시장 개방 초기에도 고급차 중심으로 시장이 커졌다. 전기차 시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라며 "다만 국산차의 경쟁력이 웬만한 수입차에 견줘도 모자람이 없는 만큼, 고급 전기차와 SUV 사이에서 국산차와 수입차가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