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은 방역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이미 40일 이상 연장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앞으로 얼마나 더 '굵고 길게' 이어질지 예단할 수 없다.
장기화한 거리두기에 자영업자들의 충격은 각종 수치가 한눈에 말해준다. 올 6월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자 중 비중이 20.2%(558만명)로,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2년 이후 39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의 '100대 생활 업종' 통계에서도 5월 기준 전국의 호프집, 식당, 노래방, PC방 등 수천곳이 문을 닫았다. 거리 두기 4단계가 적용된 첫 주인 7월 12~18일 서울지역 자영업자의 저녁 시간 평균 매출은 2019년보다 31% 급감했다는 한국신용데이터 통계도 있다.
전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 보니 1년 반이라는 코로나 상황에서 자영업자가 당하는 고통도 그만큼 크다. 그런데 거꾸로 말하자면 이들 입장에선 그렇게 비중이 높은 집단에만 오랜 기간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이 억울한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매출이 급감해서 힘든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형평성 논란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전철이나 버스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식당에 '3명 이상 모임'을 금지한 합리적ㆍ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다. 점심에는 4명까지 모임을 허용하고 저녁에는 왜 2명까지만 허용하는지, 점심과 저녁에 바이러스 감염에 차이가 나는지도 의구심이 든다.
시위를 해도 다른 잣대가 적용된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지난달 14~15일 서울 시내에서 진행한 1인 차량시위와 관련, 경찰은 김기홍 비대위 공동대표를 감염병예방법과 집시법 위반 의혹으로 소환했다. 비대위는 “일반 시민들에게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시위를 하기 위해 고안해낸 것이 1인 차량 시위”라며 “만약 이번 시위가 불법으로 규정된다면 민주노총처럼 불법 여부와 관계없이 수천명이 모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5차 지원금 지급도 피해 대상 업종, 피해 기준 시점을 둘러싼 논란이 터져나온다.
최대 2000만원까지 지급하는 손실보상금은 2000만원을 받으려면 연 매출 4억원이상이어야 하고 유흥주점처럼 아예 집합금지 대상 업종이어야 한다. 거리두기로 인원 규제만 받았던 식당ㆍ카페 등은 집합금지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매출이 4억원 이상이더라도 최대 900만원에 그친다. 자영업자들은 업종별 차등 지급이 비합리적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코로나가 닥친 지난해에 2019년보다 매출이 늘었다고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는가 하면, 2020년 이후 창업한 업체는 전년 매출 기록이 없어 손실을 산정할 수가 없다며 대상에서 탈락하는 등 사각지대가 속출하고 있다. 김정우 버팀목플러스 반기매출비교 제외사업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달초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영업을 제한한 사업장에는 매출 비교와 관계없이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을 보편적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정된 재원을 배분하기란 어려운 문제지만 가장 피해가 큰 이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최대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정답이다. 88% 국민에게 풀리는 이번 5차 재난지원금 예산 11조원을 잘 조정해서 국민 누구나 최대 피해자로 인식하는 소상공인들에게 더 줄 순 없었는지도 아쉬운 대목이다.
아직은 낮은 백신 접종률 때문에 정부도 거리두기를 완화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다. 1년반을 이어온 방역수칙 기준도 이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아무리 빨라도 11월 국민 70%가 백신을 접종하는 집단면역이 이뤄지기 전까진 3개월을 버텨야 한다. 코로나 상황에 모두가 힘들지만 '우리에게만 더 가혹하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손실보상금만이 아니라 대출 상환 연기, 세제 혜택 등 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
대통령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 최대 피해집단이 된 자영업자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가려내는 것이 560만 자영업자와 그 가족들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