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미] 죽은 자를 되살린 대가…'킹덤 : 아신전’을 통해 본 경제학의 기회비용

입력 2021-08-0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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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코노미는 넷플릭스와 왓챠 등 OTT(Over The Top) 서비스에 있는 콘텐츠를 통해 경제와 사회를 바라봅니다. 영화, 드라마, TV 쇼 등 여러 장르의 트렌디한 콘텐츠를 보며 어려운 경제를 재미있게 풀어내겠습니다.

깊은 밤, 횃불 하나에 의지한 채 다다른 까만 동굴. 아픈 어머니를 위해 산삼을 찾던 어린 아신(김시아 분)은 버려진 국시당의 낡은 제단을 발견한다. 그곳에 새겨진 빛바랜 벽화 하나. 꽃과 사슴, 호랑이가 새겨진 그림은 죽은 자를 되살리는 풀, 생사초 이야기를 전한다. "죽은 자를 되살리는 풀..대가가 따를 것이다"라는 경고와 함께. 조선을 뒤덮은 거대한 비극의 시작을 담은 넷플릭스 '킹덤:아신전'(2021)이다.

▲어린 아신은 아픈 어머니를 위해 금지된 구역 '폐사군'에서 산삼을 찾다가 우연히 생사초의 비밀을 알게 된다. (넷플릭스)
▲어린 아신은 아픈 어머니를 위해 금지된 구역 '폐사군'에서 산삼을 찾다가 우연히 생사초의 비밀을 알게 된다. (넷플릭스)

아신전은 김은희 작가가 설계한 '킹덤' 세계관의 시작을 다룬다. 조선 땅에 생사역(좀비)이라는 의문의 역병이 퍼지게 된 과정을 그렸다. 그 중심에는 이방인으로 평생 차별과 멸시로 받은 아신(전지현 분)이 있다.

아신은 조선 땅에 귀화해 살던 '성저야인' 만호 부락 출신이다. 본래 여진에 속했던 이들은 100여 년 전 조선 땅에 정착했다. 그러나 여진과 조선, 그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천한 취급을 받았다. 아신의 아버지 타합(김뢰하 분)은 조선의 관직을 꿈꾸며 두 나라 사이에서 기약 없는 밀정 노릇을 하고 있었다.

▲'킹덤:아신전'은 조선을 뒤덮은 거대한 비극의 시작을 밝히며 아신의 잔혹한 복수극을 그린다. (넷플릭스)
▲'킹덤:아신전'은 조선을 뒤덮은 거대한 비극의 시작을 밝히며 아신의 잔혹한 복수극을 그린다. (넷플릭스)

여진 정세가 요동치자, 타합은 또다시 압록강을 건넌다. 이번 일만 잘되면 관직을 얻을 수 있으리란 희망을 품으면서. 하지만 일이 꼬이면서 만호 부락은 호전적인 여진족 파저위에 잔혹하게 도륙당한다. 어린 나이에 가족, 친구, 집, 모든 걸 잃은 아신은 복수를 꿈꾸며 조선으로 향한다.

그러나 조선도 아신을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았다. 아신은 조선군을 위해 온갖 궂은일을 다하지만, 멸시에 몹쓸 일만 겪는다. 애초에 그에게 일어난 비극 자체가 조선이 파저위와의 전쟁을 막고자 만호 부락을 이용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 모든 걸 알게된 아신은 결국 폭주하며 생사초에 손을 댄다.

▲타합은 아신의 만류에도 조선의 관직을 위해 압록강을 오가며 위험한 밀정 일을 계속한다.  (넷플릭스)
▲타합은 아신의 만류에도 조선의 관직을 위해 압록강을 오가며 위험한 밀정 일을 계속한다. (넷플릭스)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으로 인해 포기된 기회 중 가장 큰 가치를 갖는 기회 혹은 기회가 지닌 가치를 말한다. 1914년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폰 비저가 자신의 저서 ‘사회경제이론’에서 처음 설명했다. 경제적 행위에는 선택의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반드시 발생한다. 좁게는 재화부터 시간, 인력, 환경까지. 현실의 모든 선택에서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마치 생사초처럼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

기회비용과 함께 모든 선택에는 보이지 않는 매몰비용이 발생한다. 매몰비용이란 의사결정 후 실행을 한 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아신전에서 조선의 장수 민치록(박병은 분)이 여진과 평화를 위해 거짓으로 만호 부락을 희생시킨 건 매몰비용이라 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미 투입된 매몰비용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과거의 투자와 노력만 생각하다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 효과' 혹은 '콩코드 효과'라고 한다.

▲해원 조씨 가문의 위세에도 굽히지 않는 민치록은 조선의 평화를 위해 만호 부락을 희생시키는 선택을 한다. (넷플릭스)
▲해원 조씨 가문의 위세에도 굽히지 않는 민치록은 조선의 평화를 위해 만호 부락을 희생시키는 선택을 한다. (넷플릭스)

콩코드 효과라는 말은 수십 년간 투자하다 사업을 접은 '콩코드 비행기'에서 비롯됐다. 1976년 비행을 시작한 초음속 비행기 콩코드는 기계 결함 등 문제가 많아 손실이 컸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그동안 들인 돈이 아까워 사업을 그만두지 못했다. 결국, 2003년에야 운행을 중단했는데 오랜 누적 적자가 쌓여 결과적으로 더 큰 손해를 입었다.

아신전은 9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 타임 때문인지 민치록이 만호 부락을 희생시킨 이후의 고뇌까지는 다루지 않았다. 대신 아신이 생사초를 이용해 복수하는 비극적 서사에 집중했다. 김은희 작가는 앞선 인터뷰에서 "시즌3에서 민치록의 죄책감이 어떤 방식으로 발현될지 기대하면 좋을 듯하다"고 말했는데, 앞으로 민치록이 자신이 선택한 매몰비용의 결과에 어떻게 대처할지가 다뤄질 듯 하다.

▲인간의 육체를 탐하는 생사역의 욕망에는 폭정으로 고통받는 백성의 배고픔과 한이 서려있다. (넷플릭스)
▲인간의 육체를 탐하는 생사역의 욕망에는 폭정으로 고통받는 백성의 배고픔과 한이 서려있다. (넷플릭스)

킹덤 시리즈의 주된 정서는 배고픔과 한(恨)이다. 인간의 육체를 탐하는 전대미문의 역병에는 폭정으로 인한 배고픔이 있었다. 다만 앞선 시리즈가 세자 이창(주지훈 분)을 통해 한과 배고픔을 해결하고 조선을 지켰다면, 아신전은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에 질문을 던진다.

이방인으로 고통받던 아신의 폭주는 결국 차별과 멸시를 자행하는 집단과 사회의 비참한 결말을 보여준다. 내부의 결속과 평화를 위한 거짓과 타자를 향한 혐오는 결국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기회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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