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김연경(33ㆍ상하이 유베스트)에게 장학금을 받던 고등학생이 12년 뒤 대표팀의 든든한 기둥이 돼 그와 ‘금빛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클러치 박’ 박정아(28ㆍ한국도로공사)의 이야기다.
박정아는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 터키전에서 16점을 득점하며 준결승전 진출을 이끌었다.
팀 내 수훈 선수는 당연 28득점을 만든 김연경이지만 박정아도 위기 상황마다 득점을 챙기며 김연경 못지않은 활약을 보였다.
특히 3세트 한국이 16-17로 역전당한 상황에서 동점을 만들고, 24-25에서 다시금 듀스를 만드는 득점을, 27-26에서 세트를 따내는 블로커 아웃을 만드는 등 승부처에서 ‘클러치 박’의 면모를 뽐냈다.
터키전에서 맹위를 떨친 박정아는 이번 올림픽 브라질과 케냐를 상대로 각 9득점,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16득점, 일본전에서 15득점을 했다. 터키전(16점)까지 이번 대회 65득점, 김연경(115점)에 이은 팀 내 득점 2위, 전체 선수 중에서는 13위다. 일본전에서도 5세트 12-14 게임포인트 상황에서 연속 3득점으로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마지막으로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김연경의 든든한 조력자다.
김연경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박정아는 남성여고에 재학 중이던 2009년 김연경과 일주학술문화재단이 지원한 ‘배구 꿈나무 장학금’을 받은 바 있다. 데뷔 초부터 김연경을 우상으로 꼽으며 김연경을 롤모델 삼았다. 프로 데뷔전부터 두각을 보이며 제 2의 김연경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박정아는 2014년 월드그랑프리에 대표팀으로 출전하며 처음으로 김연경과 호흡을 맞췄으며, 그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함께 목에 걸었다.
역경도 있었다. 박정아는 2016년 리우올림픽 네덜란드와의 8강 경기에서 수비에서 약점을 노출하면서 대량 실점해 통한의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트라우마로 남을 법한 약점을 끊임없는 연습으로 보완했다. 노력의 결과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드러나고 있다.
박정아는 4강 진출 확정 후 인터뷰에서 “그냥 이기고 싶었고 잘해내고 싶었다”며 “4강에 올라서 정말 기쁘다. 아무 생각이 안 난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김)연경 언니의 마지막 올림픽에서 잘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대표팀 분위기를 전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은 4일 브라질과 러시아 경기 승자와 6일 결승 진출을 놓고 대결을 펼친다.
박정아는 “무조건 이긴다는 각오로 잘 준비해보겠다”며 4강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