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이투데이 취재 결과, 투명한 거래에 필요한 규제가 없는 코인 시장에서 전문적으로 가짜 거래를 일으켜 시세를 조작하는 세력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시가총액 500억 원 미만의 이른바 알트코인 일부가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면서 건전한 개인 투자자를 노리는 사냥터로 변질되고 있다.
A 씨는 “한 손에 꼽을 만큼 (펌핑을) 했는데 그 중 세 번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며 “리딩방(투자 정보 공유방) 차원에서 여러 명이 붙어서 (전문적으로) 한 것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고 어설펐다”고 말했다. 그렇게 밀어올린 코인 가격이 오르면 발 빠르게 따라붙는 개미들 덕분에 AㆍB 씨와 일당들은 쏠쏠한 수익을 봤다. A씨는 500%, B씨는 300~400%의 이익을 실현하고 코인 시장에서 빠졌다. B씨는 “이 짓(펌핑)을 하면서도 시장이 참 연약하다고 생각했다”며 “코인에 내재가치가 없어 순전히 심리만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AㆍB씨가 겪었듯 코인 시장은 암묵적으로 시세 조작에 동조하고 있다. 소위 ‘세력’이라 일컫는 유동성 공급책들이 등장하면 단타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개미들이 뛰어들기 때문이다. 코인 가격이 급등하면 해당 정보를 공유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텔레그램방에서는 수시로 “세력 묻었다”, “버스기사 왔다”며 거래를 독촉했다.
문제는 시세 조작에 나서는 세력이나 투자에 가담하는 개미들도 코인 시장이 무법지대라는 것을 학습했다는 점이다. 실제 B 씨는 “처벌 가능성이 이제 생길 듯하다”면서도 “전에 한 일도 처벌 대상이 되는지는 모르겠고 우리가 투입한 자금도 소 규모(문제 소지가 없을 것)”라고 밝히기도 했다.
주식 시장의 경우 자본시장법에 따라 시세 조작이 발생하는 경우 엄격하게 처벌한다. 한국거래소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의심 소지가 있는 거래를 금융감독원에 이첩하기도 한다.
정수호 법무법인 르네상스 변호사는 “현재 가상자산의 경우 업권법이 없어 (해당 행위에 대해) 특별히 처벌 규정을 따로 두고 있진 않다”며 “가상자산 거래소 또한 자금세탁 혐의에 대한 통보 의무는 있지만, 시세 조작에 대한 수사ㆍ신고 의무는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거래가 많아지면 수수료를 취득하는 주체기 때문에 정말 공정한 입장에서 이를 적발할지에 대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