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달부터 서울 지하철 2호선 지선 구간(신설동∼성수역)에서 28㎓ 5G를 근거리무선통신(와이파이)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통사가 28㎓ 대역의 마땅한 수요처를 찾기 힘들어하는 가운데 굳이 ‘지하철’에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키로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통신 3사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28㎓ 대역 5G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방안 중 하나로 과기정통부와 이통사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지선 구간에서 28㎓ 5G 기반 와이파이 백홀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지하철 2호선 신설동∼성수역 5.4km 지선 구간을 대상으로 하며, 주파수는 SK텔레콤(SKT)이 할당받은 28㎓ 대역(28.1∼28.9㎓) 800㎒ 폭을 활용한다. 공사는 지난달 8일부터 이달 25일까지 예정돼 있다. 다만,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장마 등 영향으로 일정 부분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지하철에 설치된 와이파이 백홀은 LTE다. 여기에 28㎓ 5G 와이파이가 설치되면 해당 구간에서 와이파이 속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28㎓ 5G 속도만큼은 아니겠지만, 현재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게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지하철에 깐 5G 망은 3.5㎓ 주파수 대역을 이용해 현재도 개통이 안 된 곳이 많다. 서울 지하철 1~9호선은 올해 5월 말 기준 구축률은 82.2%로 나타났으나 개통률은 이보다 떨어진다. 특히 공항철도·서해선·신분당선은 구축 공사를 시작하긴 했으나 개통한 역은 0곳이다.
과기정통부가 올해 상반기 5G 서비스 품질평가부터 지하철 전 노선을 평가 대상에 포함한다고 했는데도 개통이 미진한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안에는 전국 지하철역에서 5G가 개통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지하철 내 5G 자체도 갈 길이 먼데 과기정통부가 2호선 지선 구간에 28㎓ 5G 기반 와이파이 백홀 서비스를 실증키로 한 데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 번째는 트래픽 발생 비중이 높아서다. 지하철은 전체 데이터 트래픽의 1.8%를 차지할 정도로 스마트폰 이용률이 높은 곳이다. 이 때문에 실증 사업을 하면, 국민이 체감하는 효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28㎓ 주파수의 특성이다. 28㎓ 주파수 대역은 6㎓ 이하 중대역과 비교해 전파의 직진성이 강해 빠른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최대 속도는 20Gbps(초당 기가비트)로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알려졌다. 다만, 전파의 회절성(휘어지거나 통과하는 성질)이 약해 도달 거리가 짧다. 기지국을 촘촘히 설치해야 하는 이유이며, 이 같은 특징 탓에 통신사가 투자를 어려워하고 있다.
지하철 내 터널은 도달 거리가 짧은 28㎓를 활용하기 적합한 환경이다. 전파 효과가 터널에서 갇히는 효과가 있어서다.
와이파이 백홀 서비스로 구축한 배경은 더 많은 소비자의 효용을 위해서도 있지만, 5G 28㎓를 지원하는 단말기가 부재한 이유도 있다. 현재 국내 스마트폰 중 28㎓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없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에 출시되는 5G 스마트폰에 28㎓ 대역 서비스를 지원하는 안테나는 빠질 것으로 전망한다. 28㎓ 대역 지원은 단말기 제조사와 통신사 간 협의에 따라 정해지는데 삼성전자 갤럭시S21 FE, 갤럭시Z폴드3·갤럭시Z플립3 등 단말에도 5G 28㎓ 대역을 지원하는 안테나가 탑재되지 않으리라고 보인다.
즉, 28㎓ 5G 단말기 부재에 따른 한계가 실증 사업에도 나타나는 셈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상용화는 일반적으로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28㎓는 이를 지원하는 디바이스부터 없어 상용화 단계가 아닌 것”이라며 “이번에 과기정통부와 하는 28㎓ 5G 서비스도 시범, 실증 사업인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