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로 지정됐더라도 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를 확정받은 전력이 있다면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종환 부장판사)는 국가유공자 A 씨가 국립4·19민주묘지관리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자 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씨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60년 4·19 혁명에 참여해 혁명공로자로 인정받았고, 2010년 건국포장을 받으면서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지난해 5월 A 씨는 자신이 국립4·19민주묘지 안장 대상에 해당하는지 생전에 결정해 달라는 신청을 했고 국립묘지 안장 대상심의위원회는 음주운전 전력을 근거로 비대상 의결을 했다.
A 씨는 1981년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는데 즉시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운전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 씨는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했으며 4·19 혁명 공로자회 고문으로 추대돼 활동하는 등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는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던 중 보행자에 대한 보호 필요성이 높은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낸 후 도주했는데 이는 사회적, 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 “그 후 원고가 사회를 위해 헌신했다고 해도 해당 사고가 경미한 것으로 상쇄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립묘지의 안장 대상은 국가나 사회를 위해 희생 및 공헌해 국민과 후손들이 그 충의의 정신을 기리는 사람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 희생과 공헌이 범죄 또는 비행으로 훼손되지 않아 국립묘지 자체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