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내 놓은 발언이다. 정치의 해묵은 문제인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에 대한 지적이다. 이 지사는 자신은 공약(空約)이 아닌 지킬 약속만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대표적인 정책 비전인 기본소득 등 기본 시리즈가 여야를 막론하고 실현 가능성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오히려 선제적으로 약속을 어기는 정치권 문제를 제기하며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다. 남들이 뭐라 하건 기본 시리즈를 실현시키겠다는 의지이지만, 이것만으론 과연 이게 ‘블러핑’이 아닐지는 알 수 없다. 정치권에선 ‘공약(空約) 불가피론’이 팽배해서다.
이명박 정권은 허황된 ‘전 국민 요트 보유’를 떠들며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고, 박근혜 정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지하경제 양성화’를 근거로 복지 공약(空約)을 내세웠다. 문재인 정권은 대표 공약이던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결국 포기하고 자신 있다던 부동산 시장 안정에는 실패했다. 이를 두고 비판은 있을지언정 반복돼선 안 되는 ‘죽을죄’라 보는 시각은 정치권에는 없다. 당장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공약(空約)은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당선 뒤 당장 실현시키는 건 어렵더라도 ‘방향’을 제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자위도 함께 한다.
이 지사는 이런 현실을 꼬집으며 자신은 그러지 않겠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재임 동안 공약이행률이 90%에 달한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이 지사의 열린캠프 내에선 벌써 ‘공약 마사지’ 이야기가 나오는 게 현실이다. 시그니처인 기본소득의 경우 집권 후 추진하는 제스처를 취하다가 비판이 제기되면 그것을 명분 삼아 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계 민형배 의원은 기본소득에 대한 ‘공론화’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삐딱하게 생각하면 ‘공약 번복’을 위한 비판을 수렴할 그릇을 마련하는 법안으로 보인다.
선거에서 공약(空約)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불가피하다며 당연시하는 풍토는 사라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