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부장 규제 2년] 삼성-SK하이닉스, 소부장 국산화 결실… 협력사와 ‘윈윈’

입력 2021-06-30 17:00 수정 2021-06-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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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협력사와 핵심 소재 개발 박차… 주요 국가 의존도 줄여

삼성전자는 일본과 독일에서 전량 수입하던 반도체 핵심 소재 ‘고순도 염화수소’를 국내 협력사와 손잡고 국산화하는 데 최근 성공했다. 2019년 7월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 나서자 개발에 착수했고, 2년 만에 성과를 거뒀다.

중소기업 동진쎄미컴은 최근 삼성전자와 협업을 통해 불화아르곤(ArF) PR을 국내 최초로 상업화했다. 감광액으로도 불리는 PR은 노광 공정의 핵심소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기업들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2년 전 일본의 주요 소재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 이후 이 같은 행보는 더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공동 개발ㆍ투자 등 반도체 생태계 강화 속도

30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최근 중소 업체 백광산업과 협업으로 고순도 염화수소를 반도체 설비에 실제 적용하는 품질 테스트를 마쳤다.

고순도 염화수소는 웨이퍼에 그려진 반도체 회로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을 부식시켜 깎아내는 식각(蝕刻)액으로 쓰인다. 이 제품은 일본 등 해외 업체로부터 수입에 의존해 왔는데, 이를 다변화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일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처를 다변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대 초반부터 주요 설비, 부품 협력사와 함께 자체 기술개발에 노력해 왔다. 이오테크닉스는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고성능 레이저 설비를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해 D램 미세화 과정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불량 문제를 해결했다.

싸이노스는 반도체 식각공정 효율화에 필요한 세라믹 파우더를 개발해 식각공정 제조 비용 절감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성규동 이오테크닉스 대표는 “8년간에 걸친 삼성전자와의 연구개발 성과로 설비 개발에 성공해 회사 임직원들도 큰 자부심을 느꼈다”라며 “앞으로도 혁신을 통한 반도체 경쟁력 강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협력사들과 함께 반도체 생태계 강화 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원익IPS, 테스, 유진테크, PSK 등 국내 주요 설비협력사, 2~3차 부품 협력사와 MOU(업무협약)를 체결하고 설비부품 공동개발을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다.

소부장 기업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와이아이케이, 에스앤에스텍에 1100억 원을, 11월에는 케이씨텍, 엘오티베큠, 미코, 뉴파워프라즈마 등 4개 기업에 744억 원을 투자했다. 2017년 솔브레인과 동진쎄미켐 이후 3년 만에 이뤄진 국내 반도체 분야 투자였다. 특히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약점으로 꼽혀왔던 핵심 부품과 소재 전반으로 투자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 6월 화상으로 개최된 SK하이닉스 4기 기술혁신기업 협약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좌측부터) ㈜엘케이엔지니어링 이준호 대표, SK하이닉스 이석희 CEO, ㈜에버텍엔터프라이즈 한태수 대표, ㈜쎄믹스 김지석 대표 (사진제공=SK하이닉스)
▲지난해 6월 화상으로 개최된 SK하이닉스 4기 기술혁신기업 협약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좌측부터) ㈜엘케이엔지니어링 이준호 대표, SK하이닉스 이석희 CEO, ㈜에버텍엔터프라이즈 한태수 대표, ㈜쎄믹스 김지석 대표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소부장 100% 국산화 앞당길 것"

SK하이닉스는 2017년부터 매년 소부장 협력업체 중 국산화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들을 기술혁신기업으로 선정, 지원해 왔다. 티이엠씨는 지난해 반도체 식각 공정 등에 사용되는 특수가스의 공동개발을 조기 완료해 양산에 돌입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쎄믹스, 엘케이엔지니어링, 에버텍엔터프라이즈를 4기 기술혁신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 기업은 외국 기업의 점유율이 높은 소부장 분야에서 국산화 경쟁력이 높은 곳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SV(사회적 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중장기 추진 계획 ‘SV 2030’ 로드맵을 통해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소부장 국산화로 외산 제품에 의존해야 하는 불확실성을 낮추는 동시에 외국 소재 기업과의 협상에서도 국내 기업이 유리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설립되는 용인 클러스터를 국내 소부장 산업의 자립화를 이끌어 갈 연대와 협력의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용인 클러스터에 국내 소부장 50개 기업이 입주해서 K-반도체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전 세계 어느 반도체 소부장 기업도 누리지 못한 수준의 ‘양산 연계형 테스트 베드’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이 테스트 베드에 공정 노하우, 전문인력, 고도화된 분석·측정 서비스를 전부 제공함으로써 반도체 코리아의 오랜 꿈인 소부장의 100% 국산화를 앞당기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밖에 삼성SDI는 최근 반도체 제작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착수했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에 노출됨으로써 약품에 대한 내성이 변화하는 고분자 재료다.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에 코팅돼 감광제 역할을 하는, 반도체 노광공정에 없어서 안 될 핵심 소재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위원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로 핵심 소부장에 대한 국산화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공급물량이 늘어나는 성과가 나타났다”라며 “특히 소부장 업계에서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대기업과 협력을 통해 상생하는 문화가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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