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사는 많은 청년이 부동산 불공정에 절망하고 있다. 기성세대에게 자가 마련이 자산 증식의 수단이었다면, 청년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취업을 위해 상경한 이모 씨(28)는 지난해 LH가 주관하는 서울시 내 매입임대주택에 당첨됐다. 매입임대주택은 LH가 빌라, 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주변 시세의 30~40% 수준으로 신혼부부나 청년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공공 임대사업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씨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어렵게 당첨된 매입임대주택에서 나와야만 했다. 입주한 매입임대주택의 열악한 주거 환경 때문이다.
그는 “6개월을 기다려 입주했지만 교통이나 편의시설 등 인프라가 너무 열악했다”면서 “돈을 더 주더라도 인프라가 더 나은 곳에 사는 게 나을 것 같아 임대주택을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매입임대주택을 나온 이 씨는 신림동 일대 원룸에 거주하며 고향으로의 이직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20대 초반에는 일자리를 찾아서 왔지만 이제 서울에서 살지 말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경력이 생기면 같은 돈을 주더라도 더 넓은 집에 살 수 있는 고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강모 씨(29)는 1억5000만 원의 전세보증금에도 5평 남짓한 원룸에서 살고 있다. 치솟은 전셋값은 온전히 누울 공간을 마련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가 이용한 대출 상품인 ‘중소기업청년전세대출(중기청 대출)’의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강 씨는 “임대인들이 복잡한 중기청 대출을 해주려고 하지 않아 엄청나게 발품을 팔아야 한다”면서 “행복주택처럼 평수나 조건이 좋고 마음 편히 입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은 당첨 확률이 너무 낮아 그저 남의 얘기 같다”고 푸념했다.
청년에게 진짜 필요한 부동산 정책은 잠깐 집을 빌려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일해서 번 노동소득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이라는 말도 건넸다.
청년에게 불리한 청약 제도와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내 집 마련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모 씨(28)는 3억 가까운 금액을 대출받아 월급의 절반 정도를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그는 “소득 기준 때문에 청년임에도 어떤 주거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스스로 온전히 주거비를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점제가 불리한 청년에게는 추첨제가 유일한 방법이지만 물량이 거의 없어 당첨될 거란 기대가 전혀 없다”면서 “당첨이 되더라도 대출 규제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푸념했다.
박준상 기자 jooooon@
이다솜 수습기자 citiz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