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대 ‘MZ세대’가 재테크에 꽂혀있다. ‘욜로’(YOLO·인생은 한 번뿐)를 외치며 소비를 행복 1순위로 내세우던 이들의 관심이 투자로 옮겨졌다. 월급만으론 성공이 힘들단 불안감을 느끼게 되면서 새로운 투자 대상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학 개미의 관심은 가상화폐에 이어 미술 투자에 쏠리고 있다.
아트테크는 소액으로도 고가의 작품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n분의 1’로 나눠 조각투자해 되팔아 수익을 내는 공동구매를 이용하면 된다. 미술품 공동 구매 플랫폼 업체가 펀딩을 모집하면 투자자들은 십시일반으로 한 작품을 공동 소유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16일 미술품 공동구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트앤가이드는 올해 미술품 공동투자 규모를 총 34억4800만 원으로 집계했다. 아트앤가이드는 1만 원부터 투자가 가능한 등급 기준 40대 비중이 약 37%로 가장 많고, 30대와 20대가 각각 29%, 25%라고 했다. MZ세대가 90% 이상인 셈이다.
최근 아트앤가이드가 펀딩한 김환기 화백의 ‘Untitled 10-V-68 #19’는 1분 만에 1억5000만 원을 모았다. 이우환 화백의 1983년작 ‘점으로 부터’(From Point)는 268명이 나눠 가졌다.
앤디 워홀·키스 해링·데이비드 호크니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을 공동 구매 펀딩에 내놓은 피카프로젝트 역시 상당수의 작품을 완판시켰다.
송자호 피카프로젝트 대표는 8일 “공동 구매 참여자의 대부분이 MZ세대”라며 “1년 기준 평균수익률이 20%에 달하기 때문에 매력적인 투자로 보는 것”이라고 했다.
MZ세대는 고액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3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일본 거장 구사마 야요이가 무수한 선으로 그물 형상을 그린 2010년 작 ‘Infinity Nets’(GKSG)는 시작가 13억 원의 2배에 가까운 23억 원에 팔렸는데 낙찰자는 MZ세대였다.
아트테크의 가장 큰 매력은 세제 혜택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소득세법 개정 이후 미술품 경매가 곧 재테크란 공식이 자리 잡았다. 미술품 양도차익이 거래 횟수와 상관없이 세율 20%의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면서 개인이 경매로 이익을 얻으면 낼 세금이 대폭 줄었다. 최고 42%에 달했던 세율이 20%로 고정됐다.
비과세·감면은 그나마 남은 세금 부담까지 상쇄해 준다. 작품의 양도가액이 6000만 원 이하거나 국내 생존작가는 얼마에 팔든 소득세 비과세 대상이 된다. 양도가액이 6000만 원 이상이면 필요 경비율을 80%로 계산하기 때문에 차익으로 보는 건 나머지 20%밖에 되지 않는다. 양도가액이 1억 원 이하이거나 보유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필요 경비율을 90%까지 본다.
예컨대 10년 넘게 갖고 있던 작품을 팔았을 때 실제 양도차익은 1억 원이지만 90%가 경비로 처리되기 때문에 과세 대상 차익은 1000만 원이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 과세율을 고려하면 220만 원만 내면 되는 셈이다.
갤러리 아트컨티뉴 엄진성 대표는 “주식을 해도 증권 거래세, 부동산·자동차도 취득세를 내야 하는데 미술품은 내지 않아도 된다”며 “5년, 10년을 갖고 있든 보유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아트테크가 주목받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아트테크가 무조건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엄 대표는 “세금 혜택은 좋지만 일반적으로 미술품 투자로 몇천만 원 이상 벌기 위해선 고가의 미술품을 사야 하기 때문에 작품을 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며 “남들이 번다고 불나방처럼 따라붙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엄 대표는 아트테크 초보들이 구매하기 좋은 것으로 몇백만 원 선에 나온 유명 작가의 판화나 신진 작가의 작품을 추천했다. 그는 “이 작품들을 경매회사 통해 팔면 10~20만 원 정도의 차익을 남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