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방로] BTS의, BTS에 의한 한국형 혁신

입력 2021-05-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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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집 한성대학교 기업경영트랙 교수

방탄소년단(BTS)이 최근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2021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4관왕에 오르며 국내 문화계에 다시 한번 새로운 획을 그었다. BTS는 톱 그룹, 톱 소셜 아티스트, 톱 셀링 송 등 뮤지션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분야를 모두 석권했다. BTS의 성공 사례는 이미 K팝의 영역을 넘어선 상황이다.

2013년 6월 BTS가 데뷔했을 때 이들을 관심 있게 바라본 기획사나 콘텐츠 기업은 거의 없었다. 수많은 이름 없는 아이돌 그룹 중 하나로 간주한 이들이 적지 않았고, 필요충분조건으로 거론되었던 외국인 또는 교포 출신 멤버도 없었기에 해외 진출에 상당히 불리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보낸 전문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참고로, 아이돌 그룹의 활동 영역이 아시아로 확대되며 국내 기획사들은 15년 전부터 K팝의 성공 요인을 분석하기에 바빴다. 미국, 중국, 일본 출신의 외국인 멤버 구성, 해외 프로듀서의 기용 등은 이 시기 도출된 전형적인 K팝의 성공방정식이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 최적화된 방식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장악했다.

다만, K팝의 빛나던 성과만큼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 히트했던 노래가 대다수 서구 음악의 색깔을 그대로 차용했기에 한국 뮤지션과 아티스트의 차별화된 요인이 없다는 비판이 꾸준히 대중음악계에서 제기되었다. 서구 음악의 아류로 미국 빌보드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다는 점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방시혁 하이브(HYBE) 의장은 BTS를 통해 한국형 혁신이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성취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외국인 없이 한국인으로 멤버를 구성하고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노래를 했음에도 전 세계 팬들은 2017년부터 이들의 노래에 열광했다. 성과가 일시적일 것이라는 지적과 달리 BTS는 롱런을 거듭하고 있다.

무의미한 랩과 자극적인 가사 대신 시대적 고민을 담은 스토리텔링과 메시지의 서사를 구축하면 한국인 멤버, 한국어 가사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방시혁 의장과 BTS의 믿음은 팬클럽인 아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콘텐츠 플랫폼을 유튜브에서 한국 고유의 위버스 플랫폼으로 전환한 것도 획기적 전략이었다.

20년 전부터 국내 경영·경제학계는 한국형 혁신 사례의 필요성을 꾸준히 거론하였다. 제조업에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들 기업의 성공을 한국형 혁신으로 간주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지 않은 상황이다. 선도기업을 모방 추격해서 성공했기에 혁신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BTS는 한국인 멤버로 한국 정서를 담은 노래를 했고 기존 K팝의 성공방정식을 모두 거부했음에도 아티스트의 세계관 구축과 독자적인 플랫폼, 온라인 공연을 통한 팬과의 거리 좁히기 등 창의적인 실험정신을 통해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콘텐츠 및 산업 전문가들이 BTS의 사례를 한국형 혁신으로 인정하는 이유이다.

아쉬운 점은 BTS가 빌보드 차트를 장악하고 해외에서 30개 이상의 주요 음악상을 거머쥐었음에도 국내 콘텐츠 학계에서 이들의 파급효과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BTS 관련 수출이 의류, 화장품 등에서 22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기사는 나오지만 BTS의 파급효과 분석은 여전히 안개 속에 머물러 있다.

BTS의 성공 요인을 살펴본 연구는 국내 논문에서 점점 늘어나 현재는 100편에 육박하고 있다. 그러나 BTS의 파급효과가 실제로 우리 경제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국격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분석한 연구는 아직 한 편도 없다. 정밀한 연구를 통해 한국형 혁신의 교훈을 새롭게 써나가야 할 시점이다.

BTS가 전 세계에 미친 파급효과를 다양한 연구 방법을 활용하여 학계 차원에서 분석, 한국형 혁신의 시사점을 경제 및 산업 전반에 공유해야 한다. BTS의 성공은 서구의 지배적 제품을 모방해서 성장하는 추격형 전략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우리 고유의 색깔이 혁신의 시작인 시대가 도래했음을 BTS가 지금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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