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갭투자 증가·풍선효과 우려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 대못 규제로 꼽히는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면서 집값 불안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재개발 기대감이 주택시장의 불쏘시개가 되지 않도록 촘촘한 재개발 추진 지원책과 투기 억제 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6대 재개발 규제완화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공공기획을 통한 구역 지정 기간 단축 및 지원 △주민동의율 간소화 명확화 △재개발 해제구역 신규지정 활성화 △제2종(7층) 일반주거지역 규제 완화 △매년 재개발구역 공모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겼다.
6대 방안 중 핵심은 주거정비지수제 폐지다. 주거정비지수제를 푼 것은 재개발 사업 추진을 꽁꽁 묶어왔던 족쇄를 푼 것이나 다름 없다. 앞으로 재개발 구역 지정은 법적 요건만 충족하면 가능해진다. 서울 곳곳 노후 주거지에 주거정비지수제를 적용하면 정비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곳은 14%에 그치지만 법적 요건만 적용하면 50%로 대폭 확대된다.
시는 공공기획을 도입해 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평균 5년에서 2년 이내로 줄이고,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 제한을 적용받는 지역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층고 빗장도 풀기로 했다.
오 시장은 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2025년까지 연평균 2만6000가구, 5년간 총 13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이같은 규제 완화 방침이 막혀 있던 서울 주택 공급시장에 물꼬를 터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적정 주택 보급률인 105% 달성을 위해 30만 가구가 부족한 만큼 재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주택난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재개발 활성화 기대감으로 인한 집값 불안은 단기적으로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규제 완화로 과거 뉴타운 출구전략을 통해 지구지정이 해제된 지역에선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재개발 노후 주택을 사들여 조합원 분양권을 받으려는 수요가 이들 주택시장에 적잖게 유입될 것으로 보고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노후 단독·다가구 등 빌라촌에 갭투자 수요가 몰려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는 이번 완화책을 내놓으면서 지분 쪼개기 차단 대책을 함께 마련했다.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재개발 후보지 선정 이전에는 '공모일'을 주택 분양권이 부여되는 권리산정기준일로 고시하고, 후보지 선정 이후에는 신축건물 허가 제한과 실소유자 거래만 가능하도록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규제 완화와 투기 수요 차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선 더 빈틈없는 투기 차단 카드를 꺼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재개발 활성화와 함께 투기 억제가 지속적인 과제가 돼야 할 것”이라며 “부동산 실거래에 대한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해 투기성 거래로 판단되는 사안은 제재하는 등 구체적인 투기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개발 추진이 주택시장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교한 개발 지원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고 원장은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발이 진행되면 최악의 전·월세 대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개발 우선 지역 지정, 건설 기간 임시거주지 제공, 이주 대책 등 중장기적 로드맵을 갖고 재개발 사업을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