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새벽 배송하고 TV도 팔고” 상장 추진 마켓컬리의 슬기로운 몸집 불리기

입력 2021-05-27 11:00 수정 2021-05-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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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컬리가 취급 품목을 확대하고, 신선식품의 빠른 배송 지역을 넓히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에 나서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던 쿠팡을 벤치마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년간 적자를 기록한 제주맥주가 테슬라 특례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면서 컬리 역시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제공=컬리)
(사진제공=컬리)

◇ TV·스타일러·호텔 숙박권까지 파는 컬리…쿠팡 벤치마킹

마켓컬리는 28일까지 TV와 냉장고, 에어컨부터 접시, 도마, 프라이팬까지 프리미엄 가전제품과 주방용품 등을 최대 40% 할인 가격에 선보이는 가전리빙 페스타를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기획전을 통해 마켓컬리는 LG전자의 대형가전을 처음 선보인다. TV와 건조기, 스타일러 등 모델과 색상별로 총 60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며, LG전자 입점 기념 5% 할인 쿠폰을 모든 구매 고객에게 증정한다.

LG 울트라 HDTV 75인치의 판매가(199만 원)에서 5% 할인 쿠폰을 사용하면 189만 원에 구매 가능하며 최소 적립금 7%만 적용해도 약 176만 원에 구매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는 네이버 최저가보다도 약 8% 싼 가격이라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20평형 휘센 2 in 1에어컨도 기존 199만 원에서 할인과 적립금을 더하면 약 176만 원에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신선식품 위주로 판매하던 마켓컬리는 지난달 말 처음으로 호텔 숙박권을 판매하며 취급 품목 확대에 나서고 있다. 웨스틴조선 서울과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페어몬트앰배서더 서울 숙박권과 식음료(F&B)업장 이용권 등을 묶은 상품을 한정판매한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는 마켓컬리 예약자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숙박 상품인 ‘비발디파크 컬리 에디션’을 팔고 있다.

주방가전과 테이블웨어도 가짓수를 늘리고 있다. 2016년 토스트기를 처음 판매한 후 최근에는 ‘덴비’ 네스팅볼 세트와 ‘르쿠르제’ 무쇠 주물냄비, ‘오덴세’ 테이블웨어, ‘브레빌’ 스마트 오븐과 ‘발뮤다’ 토스터 등으로 품목을 늘렸다. 화장솜 등을 팔던 뷰티 카테고리도 최근 ‘AHC’와 ‘아토팜’ 등을 취급하며 올해 1~4월 뷰티 판매량은 전년보다 350% 증가했다.

◇ 美증시ㆍ코스닥 테슬라 특례 '저울질'

마켓컬리의 사업 다각화는 상장을 추진하면서 몸값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컬리는 국내와 미국 증시 입성을 두고 저울질했으나 수년 간 누적된 적자로 미국 증시 상장에 무게를 두게 됐다고 알려진다. 실제 이 회사는 2017년 삼성증권과 체결한 상장주관 계약을 해지하고 올 들어 외국계 증권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JP모건으로 상장주관사단을 꾸렸다.

특히 최근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해외 증시 입성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켓컬리는 3월 김포 물류센터를 오픈해 처리 물량을 기존의 2배로 확대했고, 이달 초부터는 CJ대한통운과 함께 대전시 일부지역과 세종, 천안, 아산, 청주 등 충청권에 샛별배송을 제공한다. 하반기에는 영남과 호남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힐 계획이다.

재무 건전성 등 내실을 주로 보는 국내와 달리 미국 증시는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 출범 이후 계속된 영업손실로 누적 적자만 4조 원이 넘는 쿠팡도 상장 직전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 등을 내놓으며 증시 입성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당초 30조 원으로 평가받던 기업 가치도 상장 첫날 100조 원으로 치솟으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컬리의 누적 적자도 2700억 원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까다로웠던 ‘테슬라 요건’ 상장으로 제주맥주가 코스닥 입성에 성공하면서 ‘성장성’에 더욱 중점을 두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증시에서 국내 증시 입성으로 시선을 돌리더라도 매출이 꾸준하다면 국내 증시 입성의 기회도 열렸다는 얘기다.

테슬라 상장은 적자 기업이라도 성장성이 있다면 코스닥 진입을 허용하는 제도다. 제주맥주는 2015년 설립 이후 계속해 적자를 기록 중이지만 연평균 1.5배의 매출 성장을 기록 중이다. 마켓컬리 역시 매해 매출 증가율이 2배에 달한다. 취급 품목 확대를 통해 컬리는 꾸준한 매출 성장을 노릴 수 있다.

지난해 증권가에서 추정한 마켓컬리의 몸값은 1조5000억 원 수준으로,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슬아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마켓컬리에 대해 약 8억8000만 달러(한화 1조 원) 가치를 가진 업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쿠팡의 상장을 계기로 업계에서는 컬리 몸값을 2조~3조 원대로 상향평가하기도 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신사업을 론칭하면서 가치를 올렸던 만큼 마켓컬리의 서비스 지역이나 취급 품목 확대는 미국 증시를 우선적으로 노린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쿠팡이츠나 쿠팡플레이 같은 완전한 신사업이 아닌 데다 자체 배송망을 활용하지 않은 지역 확대가 기업가치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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