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 4대 기업들이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 계획을 담은 ‘선물 보따리’를 연이어 공개하고 있다. 그 규모만 40조 원에 달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과 현지 공급망 개편 기조에 발맞추는 차원이기도 하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담 순방길엔 삼성·SK·LG그룹의 반도체·배터리 사업 주요 경영진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계획이다. 청와대와 산업부, 재계는 참석자를 놓고 막판 조율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방미길에 오른다. 또 그룹 내 미국과 협업 이슈가 있는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도 동행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에선 이재용 부회장 대신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최시영 DS 부문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 등이 참석자로 거론된다. LG그룹의 경우 구광모 회장 대신 LG에너지솔루션의 김종현 사장이 경제사절단 명단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주요 기업의 대표가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에선 4대 기업의 미국 투자 여부와 규모에 관심을 보인다.
올해 초부터 미국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고심해온 삼성전자는 방미 일정 이전에 최종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사절단엔 동행하진 않지만, 최근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밝혔다.
합작법인 등을 통해 미국 현지 공장 건립에 속도를 내던 한국 배터리 3사도 추가 투자에 속도를 내는 양상이다. 잠정적인 투자 안을 모두 종합하면, 그 규모만 4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회담 전후로 현지 투자계획을 '선물 보따리'로 들고 가는 경우가 흔치 않은 일은 아니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 당시 정상회담에서도 우리 기업과 정부 기관들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노골적인 통상 압박에 대적하는 협상 카드로 쓰였던 전적이 있다.
다만 이번 투자계획 발표는 그 규모와 의미 면에서 이전과는 다르다는 게 업계 평가다. 트럼프 행정부보다 훨씬 강력한 '바이 아메리칸' 정책이 자리 잡았고,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개편이 전 산업에 걸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