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늘어난 창업의 숫자처럼 폭증하는 폐업 수와 창업에 대한 안전망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창업의 외형적 규모와 위상만으로 제2의 벤처 붐을 확증하기엔 섣부르다. 제1 벤처 붐이 꺼질 때 함께 무너진 수많은 기업가가 여전히 그 잔인한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 토스 이승건 대표, 미국 기업에 2조 원에 매각된 하이퍼커넥트 안상일 대표 등의 성공도 몇 번의 실패와 시장 경험이 축적된 결과인데, 제1 벤처 붐에 대한 반면교사와 연쇄 창업에 대한 안착 없이 제2 벤처 붐이 진짜 벤처 붐이 될 수 있을지 아직까진 현재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나스닥에 상장한 쿠팡 김범석 대표는 “미국은 벤처기업에 투자할 때 투자 대상에 대해 열에 여덟은 실패를 가정하는 데 비해 빠른 성공의 결과를 기다리는 한국 투자자는 부담감이 크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1조 원대 개인투자조합의 돈이 얼마나 참을성이 있을지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비슷한 시기에 눈길을 사로잡은 창업 관련 다른 시각의 뉴스가 있었다. 향후 기술창업지원 5개년 계획을 발표한 경기도에 관한 기사였다. 창업, 투자, 성장 글로벌, 회수 재도전, 인프라 확충 등 5개 분야 22개 주요 정책 과제를 설정해 5년간 중점 추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 중 회수, 재도전 분야를 경기도의 5개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선정, ‘재투자·재창업 활성화를 도모, 경기 스타트업 공정 M&A 지원, 재도전 사업자 지원, 경기재기지원펀드를 통해 창업 기업들의 성공적인 재기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정부 부처가 벤처 성공의 화려함만 부각하면서 재도전 분야를 중소기업의 중점 분야에서 빼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무척 고무적이고 경기도 소재 중소기업의 성장성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작년 초 지자체에서 최초로 결성된 경기재기지원펀드 간담회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모두 발언을 통해 “오늘 이 결성을 하러 오면서 우리 사회는 왜 재도전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까 고민해 봤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현장을 알고 진심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질문이었으며, 보여주기식 결과보다 근원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발언이기도 했다. 그 간담회 장소에는 재기지원펀드를 담당하는 공무원만 참석한 것이 아니었다. 재도전 분야와 상관없는 경기도 다른 부처의 공무원들도 대거 참석해 재도전과 재창업의 영역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도 필자는 재도전 정책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재도전 정책이 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과만이 목적인 획일화된 의식의 관료 조직에서 어떻게 실패에 대한 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겠는가.
재창업자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느끼는 건 다른 실패한 기업가들의 실패 사유에 대한 공유였고, 같은 눈높이의 기업가들과 함께 연대해야 할 커뮤니티에 대한 필요성이었다. 그간 수없이 이와 관련된 연구용역 결과들이 나왔지만, 세금 써가며 나온 연구 결과들을 공무원들은 정책에 반영하지 않는다. 그 어려운 일을 자신이 굳이 해결해야 할 절실함이 그들에겐 없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최근 재기 지원펀드 2호의 운용사를 모집했다. 한국 모태펀드의 버팀목 계정 준비 때부터 경기도와 협의했던 예산이었으나, 협약된 투자회사에서 서울시 예산은 일찌감치 확보했지만 경기도는 한국모태펀드 출자 전, 경기도 자체 결성을 목적으로 2호 재기지원펀드 결성을 시작했다. 필자는 고사했지만, 재기지원펀드 담당자가 운용사 평가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내게 운용사 심사 평가위원 요청을 할 수 있었던 건, 공무의 성과만을 생각하는 공무원이라기보다 재도전기업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할 수 있는 열려 있는 경기도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경기도처럼 재도전기업가의 관점에서 정책을 펴는 지자체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