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이유는 법정화폐의 양적완화다. 글로벌화된 개인과 기업이 국가를 대상으로 화폐전쟁 2.0을 벌인 것이 암호화폐 가격 급등의 이유다. 과거 화폐전쟁은 기축통화를 둘러싼 국가와 금융기관 간의 전쟁으로 화폐전쟁 1.0으로 부를 수 있다. 암호화폐의 등장 배경엔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양적완화가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각 나라의 급격한 양적완화는 암호화폐 가격 급등을 가져왔다. 최근 암호화폐 가격 급등의 일차적 원인은 글로벌화된 개인과 기업의 국가의 화폐시스템에 대한 저항이다. 그런데 이는 국가의 화폐정책과 재정정책을 무력화시킬 위험이 있다. 이에 대한 응전으로 각국 정부는 암호화폐를 불법화할 수도 있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DBC)의 채용은 지하경제 규모를 줄여 암호화폐 가격 급등을 막을 수 있다.
현재의 암호화폐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전제로 한다. 비트코인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컴퓨터로 상당한 전기를 소모하여 단순 산수 계산을 해야 한다. 올 한 해에만 비트코인 채굴에 131TWh가 소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르헨티나의 한 해 전기소비량보다 많다.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서 블록체인 채굴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 밖에도 퍼블릭 블록체인이 지속가능하지 않은 이유가 많다. 속도, 유연성, 확장성 등에 한계가 있다. 앞으로 이들 한계를 극복하는 차세대 블록체인이 나올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 그러한 블록체인이 개발되기는 쉽지 않다. 차세대 블록체인이 개발된다 해도 기존의 블록체인을 상속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암호화폐의 가격 급변동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국가, 기업 및 개인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는 재정정책과 화폐정책의 유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통제하려는 욕망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암호화폐 거래금액이 이미 코스피 거래금액을 넘어섰고, 암호화폐의 가격과 유통은 외부변수에 속한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통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따라서 암호화폐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찾아내어 워게이밍(wargaming) 기반의 미래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국부 유출과 무수한 패배자를 양산하기 전에 다양한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머리를 모래에 숨긴 타조가 되지 말라는 의미다.
기업 차원에서는 화폐전쟁 2.0 시나리오를 고려해야 한다. 필자는 암호화폐를 다룬 다른 글에서 미래 시나리오로 ‘디지털 국가자본주의’, ‘글로벌화된 개인과 기업의 승리’, ‘새로운 정치·경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제시한 바 있다. 화폐전쟁 2.0의 1차전에서 ‘디지털 국가자본주의’가 달성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기업은 미래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자산 투자 및 관리 전략을 세워야 한다.
개인에게는 암호화폐에 투자하지 말 것을 제언한다. 암호화폐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 암호화폐의 탈중앙화의 약속은 글로벌 차원의 경제적 양극화의 도구로 전락할 것이다. 암호화폐 투자 혹은 투기는 일종의 심리게임이다. 그 심리게임에서 개인이 이기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수의 패배자 위에 소수의 승자가 피에 물든 깃발을 날릴 것이다. 더구나 암호화폐 버블이 터진다면 ‘튤립 구근’도 남기지 못하고 디지털 분진으로 사라질 것이다. 개인에게 간절히 부탁하고 싶은 것은 탐욕과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암호화폐 현상은 디지털 전환의 한 모습이다.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 모습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디지털 전환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청년이 높은 곳에 올라 눈을 가늘게 뜨고 먼 곳을 바라보며, 가슴 속에 사과나무를 심으면 좋겠다.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 귀한 화석연료를 태운 디지털 조각에 투기하기보다는 디지털 전환이 만들어 내는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의 전환에 비료와 물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