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률 5.5% 미만 시 文정부 소득주도성장 불명예 불가피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최근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서 내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얼마나 오를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 노동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더욱더 어려워진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보장과 코로나19로 심화된 소득 양극화 해소를 위해 현실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지난해 2020년도 최저임금(시급 기준)을 1만 원 내외로 요구했지만 1.5%(역대 최저 인상률) 오른 8720원 결정으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반면 경영계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최저임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올해와 같은 최저임금 안정화를 외치고 있다.
현재로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방향이 경영계보다는 노동계에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엔 3% 이상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의 캐스팅보드를 쥔 공익위원들이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역대 최저로 결정한 것도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역성장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1%(잠정)를 기록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5.1%)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했다.
20일 열린 최저임금위의 2021년도 최저임금 결정 첫 심의에서 근로자위원 측이 올해 경제성장 낙관론을 강조한 것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 결정에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날 한국노총 측 이동호 근로자위원은 "올해 정부는 3% 중반의 경제성장을 낙관하고 있으며 민간경제연구소는 4%까지 내다보고 있다"며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이뤄지는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이러한 경제성장률과 더불어 소득 불균형 및 양극화 해소를 위한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 5월 끝나는 점도 노동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인 2018년(16.4%↑)과 2019년(10.9%↑)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것이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경영 부담을 주고, 이로 인한 고용 위축 우려가 최저임금 인상 가속화에 제동을 걸었다. 이는 2020년(2.9%↑)년과 올해(1.5%↑) 최저임금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인상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동계는 이러한 흐름이 현 정부에서 마지막 심의가 될 내년도 최저임금에도 이어진다면 문재인 정부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이 박근혜 정부 집권기간(7.4%)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내년도 인상률이 5.5% 이상 돼야 문재인 정부가 전 정부보다 최저임금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감안할 때 정부(공익위원)로서는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리지 못하더라도 최근 2년과 같은 인상폭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전 정부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적게 되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는 것을 자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20일 1차 전원회의를 열어 첫 심의를 한 최저임금위는 내달 13일 임기가 만료되는 다수의 공익위원, 근로자위원 등에 대한 인선 문제를 마무리한 뒤 2차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