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인접한 동작ㆍ강동구, 경기 주요 도시들 수혜 예상"
서울시는 27일부터 강남구 압구정동 24개 단지, 영등포구 여의도동 16개 단지, 양천구 목동ㆍ신정동 14개 단지,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한다. 이들 지역에선 1년 간 대지지분이 18㎡(주거지역 기준)가 넘는 주택을 취득하려면 구청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은 소유자가 실거주하지 않으면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를 시행하는 건 이들 지역 재건축 아파트에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서다.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십수억 원씩 신고가 갱신이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에 따른 기대감이다.
실거주 목적 외 주택 구입을 금지하는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 거래 위축은 불가피하다. 그런데 규제 강화에도 부동산 시장은 느긋하다.
토지거래허가제를 재건축 활성화에 따른 가격 상승 예방 조치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정동 도원공인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제 자체가 재건축과 가격 상승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며 "이번 조치로 집값이 떨어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거래시장에선 문의는 많지만 급하게 팔겠다는 매도자는 없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오 시장이 지구단위계획 고시 등 재건축 절차를 서두르기로 한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오 시장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 완화를 요청했다. 이정화 서울시 도시계획국장도 이번 토지거래허가제를 "주택 공급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선제적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제를 피한 강북지역 재건축 단지에서도 토지거래허가제에 따른 득실을 따져보고 있다. 강남 같은 규제는 피하면서도 규제 완화 혜택은 함께 누릴 수 있단 기대감이 감돈다. 노원구 상계동 J공인 관계자는 "거래는 활발하진 않지만 재건축 단지가 많은 만큼 주인들이 호가를 높여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상계동 재건축 단지에선 오 시장 당선 후 수천만 원씩 값을 높이는 집이 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도 최근 2주 동안 노원구 아파트값은 서울에서 가장 가파르게 상승(0.29%)했다. 노원구 내에서도 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문가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주변으로 집값 상승세가 번질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지난해 6월부터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 중인 강남구 삼성ㆍ대치ㆍ청담동, 송파구 잠실동에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허가제 이후 아파트값이 최고 18%(잠실동) 올랐지만, 잠실동 인근 가락동에선 20% 넘게 뛰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토지거래허가제 접경 지역으로 매수세가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며 "강남3구와 인접한 동작·강동구는 물론 규제가 덜한 경기 주요 도시들이 가장 큰 수혜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