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재보궐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모두 20~30대 표심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동기는 서로 다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전통적 여당 지지층이던 2030 표심이 야당으로 기운 탓에 더불어민주당은 표심을 돌리려, 국민의힘은 굳히려는 의도다. TBS·YTN 공동의뢰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55.8%로 박영선 민주당 후보(32%)를 압도했는데, 모든 연령대에서 오 후보가 앞섰다.
먼저 민주당은 청년 세대 맞춤형 공약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 땅 투기 사태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처음으로 집을 장만하려는 분께는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그 처지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크게 확대하겠다. 주택 청약에서도 우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특히 청년과 신혼 세대가 안심대출을 받아 내 집을 장만하고 그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월급 대부분을 방 한 칸 월세로 내며 눈물짓는 청년이 없도록 국가가 돕겠다. 객실·쪽방·고시원에 살며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월세를 지원하겠다”며 “현재 3~4인 가구 중심 주택공급제도를 보완해 1인 가구용 소형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도 공언했다.
박 후보는 같은 날 이수역 동작대로에서 유세하며 “동작구는 평균연령이 42세로 젊은이들이 많이 거주하는데 월셋값에 너무 힘들어한다. 20만 원씩 5000명 지원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며 “집 사기 버거운 20·30대 청년과 신혼부부에 20평 2억 원 반값아파트를 집값의 10%를 내 마련하고 해마다 지분을 내는 ‘지분적립형’으로 분양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영유아 돌봄인력 확충과 국공립 어린이집 및 야간보육 확대 정책 등 육아 문제를 겪는 청년층에 맞춘 공약들을 제시했다.
편의점 무인점포 언급에 관해 국민의힘이 비판하는 데 대해선 “무인슈퍼를 한다고 일자리가 줄지 않는다”며 “시대변화에 대비하면서 일자리를 줄이지 않도록 해야 하는 상황을 설명했는데, 그걸 20·30대 표심을 파고들겠다며 왜곡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드는 선거전략은 굉장히 얄팍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선거 유세 현장에서 청년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도록 마이크를 쥐여주고 있다. 오 후보 캠프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은 구글 폼을 통해 2030 시민참여 유세 신청을 받고 있다. 연설 내용을 미리 밝히지 않아도 돼 시간당 4명씩 신청이 들어온다는 게 캠프 측 전언이다.
실제 흥행이 되고 있기도 하다. 지난 29일 강남 코엑스에서 진행된 청년 연설 유튜브 영상은 33만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 ‘비니좌’라 불리는 비니모자를 쓴 사업가 37세 노모 씨는 이 자리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원인을 제공한 오 후보를 마냥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수차례 사과를 했고 (시장 재직 시절) 동대문 DDP, 한강르네상스, 고척돔 야구장 등으로 시민들이 여가생활을 누릴 수 있게 했다. 주변 동생들에 실제 일을 해본 사람한테 투표하라고 조언해준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27세 양모 씨는 “(정부·여당이) 고민 없이 인기를 끌려고만 하는 포퓰리즘 때문에 미래세대에게 빚을 떠넘기는 행태에 염증을 느꼈다”며 “국민을 갈라치는 분열의 정치에 신물이 났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 윤미향(민주당 의원), LH 사태 등을 보니 문재인 대통령의 슬로건이었던 ‘기회는 공정, 과정은 평등, 결과는 정의’가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 29∼30일 서울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1039명 대상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