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의 중심에는 PMIC(전력관리칩)가 위치한다. 대부분의 PMIC는 150nm(나노) 노드 공정과 8인치 웨이퍼에서 생산되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가 7nm와 5nm 공정 경쟁을 하는 시기에 150nm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로 들린다. PMIC의 일부를 80nm 및 40nm 공정과 12인치 웨이퍼로 이전 생산하고 있지만, 공급 부족은 올해 내내 지속할 전망이다.
파운드리 업체들이 PMIC 수요에 우선 대응하는 과정에서 DDIC(디스플레이구동칩), 저화소 이미지센서, 보급형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RFIC(무선통신칩) 등에 이르기까지 공급 부족이 나비 효과처럼 퍼지고 있다.
배경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찾아보자.
수요 측면의 키워드는 역시 언택트와 5G다. 원격교육과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노트북 및 태블릿 PC, 게이트웨이, 데이터센터 관련 부품 수요가 강세다. 5G 보급과 함께 스마트폰과 네트워크 장비에 들어가는 PMIC 소요량이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카메라와 이미지 성능을 강화하는 추세도 PMIC의 수요 증가 요인이다.
여기에 과잉 주문과 재고 축적이 수요 상황을 왜곡시키고 있다. 화웨이의 몰락을 계기로 샤오미, 오포, 비보 간 패권 싸움이 가열차게 전개되고 있고, 가수요를 촉발하고 있는 듯하다.
공급 측면에서 보면, 웨이퍼 공급 부족은 과거 보수적 설비 투자가 초래한 결과이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웨이퍼 업계 전반적으로 설비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특히 8인치 팹(Fab)에 대한 투자가 매우 적었는데, 중국의 수요 부족과 공급 과잉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2019년과 2020년에 설비 투자가 많이 늘었지만, 주로 TSMC가 5G 스마트폰과 모바일 PC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7nm와 5nm 공정에 대한 투자를 늘린 데 따른 것이다. 향후 2023년까지 선두권 파운드리 업체들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 사이클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역시 7nm 이하 신규 팹 위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40~120nm에 걸친 성숙 노드 공정의 공급 부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노쇠한 성숙 공정은 수율을 더욱 개선하기도 어렵고, 신규 라인을 짓더라고 생산능력 규모 면에서 제약이 크다.
여기에 미국 텍사스 한파, 일본 지진과 화재, 대만 물 부족 등 잇따른 자연재해가 공급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가동 중단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제품은 퀄컴의 스마트폰용 RF(무선) 및 송수신칩이다. 7~8주간의 가동 중단으로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량의 10~12%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의 OLED용 DDIC도 오스틴 공장 중단의 피해 제품이다. 3분기까지 대략 1~2천만 개 생산이 지연될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는 일본의 지진 영향과 더불어 화재사고까지 입었다.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하반기에 일부 완화되겠지만,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 지속될 수 있고, 자동차 분야가 가장 심각할 것이다. 공급 부족을 겪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은 상반기에 이미 10~20% 상승했다. IT 세트와 완성차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질 것이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구조적인 측면이 있어서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의 강점인 IT Set와 완성차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도 비메모리 반도체를 육성해야 할 텐데,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