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121조는 ‘①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명시하고, ‘②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지는 농(農)의 토대이고, 농지보전과 이용은 사회공동체 지속발전의 근본이자 책무이기에, 농지는 농사를 짓는 이들이 소유·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현실과 제도는 비농업인도 사실상 누구나 농지를 취득하고 소유하며,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방치되어 있다. LH 일부 직원의 농지 투기 사건은 사전 개발정보를 얻어 단기의 급등을 노린 것일 뿐, 장기투기는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농지의 소유와 용도 전환이 까다롭게 관리되지 않으니 개발이익 기대가 만연하고 농지 가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새로운 농업 세대의 진입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개발 명목으로 25.8%의 농지가 사라졌다. 그 사이 식량자급률도 절반 넘게 줄어 20%에 머물고 있다. 가까운 10년간도 연 1%씩 농지가 줄고 있다. 경자유전의 헌법 정신에도 불구하고, 전체 농경지의 절반 이상이 임차농지이다. 차명 소유와 파악하지 않는 임대차 농지를 포함하면, 농지개혁 직전 해방 직후 소작농지 비율이 66%에 이르러 농업생산 기반이 동맥경화에 걸려있던 때와 같은 수준이다.
지금의 농지법은 지속적인 규제 완화로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인정하는 예외조항이 계속 덧붙었다. 농촌 고령화로 늘어나는 비농업인의 상속농지는 일정 기간 내에 처분해야 하나 제대로 파악도 하지 않고 행정조치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농촌을 떠난 이농자의 1만㎡ 소유 허용은 위헌적인 투기 방치이다. 이는 농기계 조달과 영농 ‘계획’만 제출하면 한두 명인 지자체 공무원이 실질적 심사 없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하기 때문이다. 거리 규정도 없어져 수도권 거주자가 제주 농지도 쉽게 소유할 수 있다. 농업회사법인은 비농업인 임원 비율, 투자금 비율을 높여 자본과 비농업인의 농지 투기에 이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농지법은 경자유전 예외조항들로 ‘아무나 농지 소유법’이라 불리고 있다. 농지를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온전히 파악해야 농정을 펼칠 수 있는데 농지원부 등록률은 70% 수준이다. 농지 소유와 이용 실태 전수 조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농지 관리를 위한 농촌자치조직도 필요하다.
근현대사에서 농지개혁은 대한민국 발전과 성장의 토대로 평가된다. 농지개혁으로 농업생산과 소득분배가 이루어지고 교육 참여로 인적 자본이 형성되었으며, 부패가 줄고 농민 생활수준이 나아졌다. 그 시대 정치·사회적 압력으로 이뤄진 농지개혁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농지개혁에 성공한 한국, 일본, 대만의 사례도 회자된다.
사회공동체의 근본인 농의 피폐화를 돌보지 않고 수탈하면 다시금 동맥경화 증상이 나타나고 경색으로 치닫게 된다. 성장의 위기, 공동체의 위기, 기후위기, 팬데믹 위기, 공적 역할의 위기, 양극화의 위기들은 사회적 전환이 필요함을 일러주는 경고이다.
국가는 공동체의 지속을 위한 이치, 원칙을 다시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건강하게 지속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농지가 필요한지 계획과 목표가 필요하다. 국토종합계획에도 농지보전과 목표가 없다. 우리와 식량 여건이 엇비슷한 일본은 농용지 면적 목표를 지난해 인구당 100평 수준으로 하고 있다. 중국은 대략 200평 규모이다. 우리는 인구당 농지면적이 5년 전 100평 수준이 무너졌고, 작년은 91평 수준이다. 식량주권과 농지보전은 국가공동체의 핵심 책무이다.
농지는 농사짓는 사람이 농사짓는 데 이용한다는 상식적인 원칙과 행동이 바로 서면 토지 투기는 사라진다. 경자유전, 농지농용의 농지개혁이 토지 투기 적폐를 청산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