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유통 라이벌인 신동빈의 롯데와 정용진의 신세계가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도 한판 승부를 벌인다. 롯데온에 이어 SSG닷컴도 올 상반기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고, 5조 몸값의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도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출사표를 던졌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은 지난해 1379억 원의 매출과 94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년인 2019년(1899억 원)에 비해 매출은 27.4% 뒷걸음질한 수치로, 적자는 560억 원에서 무려 70%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에서 0.9%로 0.2%p(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출범 1년만에 롯데온은 거래액은 늘었다. 지난해 4월부터 오픈 마켓 사업에 나서면서 취급 상품 수를 기존 180만 개에서 2500만 개로 늘린 데 힘입어 거래액은 2019년 7조1000억 원에서 2020년에는 7조6000억 원으로 7% 가량 증가했다.
이에 반해 1년 앞서 출범한 이마트의 온라인 사업인 SSG닷컴은 50% 이상 성장하며 이커머스 업계의 슈퍼 루키로 거듭났다. 지난해 SSG닷컴은 매출 1조2941억 원으로 2019년 8442억 원보다 53% 개선됐다. 신세계·이마트의 사업부에서 독립법인으로 분리한지 2년 만에 1조 원을 넘겼다. 영업손실은 819억 원에서 469억 원으로 적자 폭을 크게 낮췄다.
아직 오픈마켓 사업에 정식으로 나서지 않았지만, 거래액 역시 오름세다. 2019년 2조8400억 원 수준이던 거래액은 지난해 3조9000억 원으로 37% 껑충 뛰었다.
하지만 기존 온라인 강자와 비교할 경우 정상 궤도로 보긴 어렵다. 쿠팡은 작년 매출액 119억7000만 달러(약 13조3000억 원)로 2019년(7조1000억 원)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했고, 마켓컬리의 작년 매출도 9523억 원으로 직전년(4259억 원)보다 123.5% 증가했다.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 부문도 지난해 1조897억 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37.6% 성장했다.
지난해 4월 롯데온을 론칭하면서 오픈마켓에 발을 내딛은 롯데쇼핑에 이어 SSG닷컴도 오픈마켓에 진출해 라이벌 구도를 이어간다. SSG닷컴은 입점 셀러를 위한 ‘쓱(SSG) 파트너스(판매자 센터)’열고 다음달 20일부터 오픈마켓 시범 운영에 나선다. 시스템 안정화 기간을 거쳐 상반기 중에 해당 서비스를 정식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쓱 파트너스’는 오픈마켓에 입점한 셀러들이 회원가입부터 상품 등록 및 관리, 프로모션 등을 처리할 수 있는 전용 플랫폼의 명칭으로 셀러들은 SSG닷컴에서 판매할 상품을 미리 등록할 수 있으며, 오픈마켓 외에 기존 종합몰 입점을 위한 상담 신청도 할 수 있다. SSG닷컴은 현재 취급하고 있는 약 1만 종의 상품 수를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픈마켓은 판매자를 유치해 상품의 매매를 중개해주는 일종의 플랫폼 사업자다. 현재 SSG닷컴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가 운영 중이다. 쿠팡은 직매입과 오픈마켓 모두를 서비스하고 있고, G마켓와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 대부분의 온라인 쇼핑 업체는 오픈마켓 중심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도 눈치 작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이베이코리아의 예비입찰에는 롯데쇼핑과 이마트를 비롯해 홈플러스(MBK파트너스), SK텔레콤(11번가)까지 가세했다. 예비입찰에 나서지 않았지만, 본입찰에서는 카카오톡을 무기로 커머스 사업을 강화하는 카카오가 참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가운데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IM(투자설명서)을 수령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며 이베이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다음날 열린 이마트 주총에서는 강희석 대표도 “경쟁사와 같이 우리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인수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해 이베이의 거래액은 20조 원 수준으로 롯데온(약 7조5000억 원)이나 SSG닷컴(약 3조9000억 원) 등이 인수할 경우 단순 합계 거래액에서 쿠팡(22조 원)을 넘어 30조 원 수준인 네이버 쇼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이커머스 사업에서 네이버쇼핑, 쿠팡과 함께 단숨에 빅3로 발 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여기에 롯데쇼핑은 중고 유통 플랫폼 1위인 중고나라 지분 93.9%(1000억 원)를 인수하는 사모펀드 유진·코리아오메가에 전략적·재무적 투자자로서 3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중고나라는 현재 회원 2330만여 명과 월 사용자(MAU) 1220만 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중고거래 커뮤니티로,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매출 5조 원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