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지난해 연구개발(R&D)과 설비에 역대 최대 투자를 단행했다. 올해는 10조 원 가까운 금액을 설비투자에 쏟아부어 첫 전용 전기차 양산에 대비하고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에 나설 계획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제출된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3사는 지난해 총 5조7945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지난해 투자액 5조7728억 원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다.
현대차는 매출의 3%인 3조1085억 원을, 현대모비스는 2.8%에 해당하는 1조130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양사 모두 연간 연구개발비로는 역대 최대치를 투입했다.
특히, 현대모비스의 연간 연구개발비는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2016년부터 10% 내외씩 꾸준한 증가 폭을 유지하던 이 회사의 연구개발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해에도 5% 가까이 늘었다.
3사는 시설과 설비 투자도 대폭 늘렸다. 지난해 3사가 투입한 시설 설비 투자액은 총 9조819억 원으로, 전년(7조394억 원)보다 29%나 증가했다.
현대차는 2019년보다 약 3조 원 많은 6조3852억 원을 신차, 공장 신ㆍ증설, 보완투자에 사용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기아와 모비스는 전년보다 소폭 줄어든 1조6698억 원, 1조269억 원을 투자했다.
현대차의 설비 투자가 급증한 데에는 첫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가 양산을 앞둔 상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신차를 올해 상반기부터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기아도 첫 전용 전기차 ‘EV 6’를 공개하며 판매 준비에 나선 상태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설비 투자는 전용 전기차 양산을 앞두고 대대적인 설비 개선이 필요한 한국 사업장에 집중됐다. 지난해 현대차는 전체 투자의 76%를, 기아는 63%를 국내 공장에 투자했다.
3사는 올해를 신성장동력으로 대전환이 이뤄지는 원년으로 삼고 친환경차와 미래 기술 고도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0조 원 가까운 투자를 단행한다.
현대차는 지난해보다 7% 늘어난 6조8668억 원을, 기아는 13% 증가한 1조8918억 원을 올해 설비투자에 투입한다. 현대모비스도 17% 많은 1조2042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3사의 합계 투자액은 9조9628억 원으로, 전년보다 9% 늘어날 전망이다.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올해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와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성공적인 세계 시장 공략, SUV 판매 확대, 원가혁신 가속화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올해 판매 목표는 국내 74만1500대, 해외 341만8500대 등 총 416만대로 설정했다.
기아도 전용 전기차 'EV 6'와 SUV 위주의 신차 출시로 올해 세계 시장 점유율을 3.7%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판매 목표는 지난해보다 12% 많은 292만7000대로 잡았다.
앞서 정의선 회장은 신년사에서 “2021년은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 해가 돼야 한다”라며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통해 △친환경 △미래기술 △사업경쟁력 영역에서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어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 안전하고 혁신적인 모빌리티 기술을 구현해 나가고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