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전국 공공주택지구 주민들이 토지보상 전면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LH를 비롯한 공직자들의 투기로 원주민의 보상비가 시세 대비 턱없이 깎여왔다"면서 "정부의 공공지구 개발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보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기 신도시와 공공주택지구 주민들이 앞으로 지장물 조사와 환경평가 공청회 등을 모두 거부하고 신규 택지 지정에도 반대하기로 하면서,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는 10일 오후 LH 직원이 매입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토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달 2일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전국 65개 사업지구 주민대책위원회가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3기 신도시 백지화와 함께 전국 공공주택지구의 강제수용과 보상절차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또 △신도시 업무담당 지방자치단체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공공개발 담당 지방도시공사 등으로의 조사 확대와 △강제수용방식의 개발계획 추진 전면 중단 △정부의 추가 신규택지 공급계획 발표 무기한 연기 등을 주장했다.
공전협은 성명서에서 “정부는 사실관계가 밝혀지기 전까지 현재 진행 중인 신도시와 전국 공공주택 사업지구의 수용과 보상에 따른 행정절차를 즉각 중단하라”며 “LH 직원 땅 투기가 추가로 밝혀진 수용지구는 보상이 끝났더라도 추가 보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또 “1·2기 신도시와 전국의 공공주택지구로 대상을 확대하고, 신도시 업무 담당 지자체와 SH, GH 등 공공개발 담당자도 조사해야 한다”면서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부의 추가 신규택지 공급계획 발표를 무기한 연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한 강제수용을 멈춰야 한다”며 “사업 과정에 주민 참여를 적극 보장하고 강제수용 악법인 ‘공공주택특별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견 후 임채관 공전협 의장은 “LH 등 공직자가 땅을 사서 비싸게 감정평가해 보상을 받으면, 원주민들은 그만큼 전체 보상비에서 줄어든 금액을 나눠받게 된다”면서 “시세 대비 턱없이 부족한 보상비를 받아 최대 45%의 양도소득세를 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다른 곳으로 재정착하기도 힘들어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임 의장은 “그동안 전국 토지주들 사이에서 ‘LH 등 공직자가 땅을 샀다’는 얘기는 많이 돌았지만 이번에 의혹이 드러나 참담한 심경”이라며 “100만 토지주와 가족들은 앞으로 정부의 행정절차를 전면 보이콧하면서 제대로 된 토지보상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땅 투기 의혹으로 그동안 강제수용에 반대해온 토지주들이 들고 일어서면서, 앞으로 행정소송 등으로 사업 추진 과정이 지연되고 상당 부분 수정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날 회견에는 땅 투기 의혹의 중심인 광명‧시흥지구 과림주민대책위원회의 입장도 나왔다.
전영복 위원장은 “40년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광명시흥지구는 역대 정부 정책의 희생양이 돼 왔다”며 “지방정부와 LH의 권유로 추진한 취락구역에 대한 도시개발사업도 3기 신도시 지정으로 물거품이 됐다. 공공주택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