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입법 추진에 반발해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서초동 자택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당분간 휴식기를 갖고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윤 총장의 자택 주변은 적막감이 흘렀다. 주말인 탓에 인적은 드물었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나선 주민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윤 전 총장은 4일 오후 6시께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면서 검찰 직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그는 "임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먼저 나가게 돼서 송구한 마음이지만 부득이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현관 밖에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많은 분의 도움으로 후회 없이 일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사직하려고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뒤 총장실에서 참모진과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과 김후곤 서울북부지검장, 노정연 서울서부지검장, 이주형 의정부지검장 등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당분간 정치적인 행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치와 관련 없이 검찰 직접 수사권 폐지와 중수청 설치 등의 부당성을 알리는 데 주력할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일주일 정도 칩거하며 향후 일정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주변인들에게 "당분간 집에 머무르며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와 '제3지대'에서 손을 잡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에 합류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앞장선 만큼 절대적인 지지를 받기 힘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안 후보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야권 지지자의 많은 기대가 모여있는 만큼 정치를 하든 안 하든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하시면 좋겠다"며 윤 총장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다만 윤 총장은 안 후보와 함께할지, 조력자를 구해 '시민대표'로 나설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