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거둔 수입차 업계가 올해 들어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두 달 연속 2만 대 넘는 신차를 팔며 국산차보다 더 큰 판매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지난달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 대수가 2만2290대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2월보다 33.3% 증가한 수치로, 역대 2월 판매량 중 최대치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만 대 이상 많은 4만4611대에 달한다. 1~2월이 자동차 업계의 비수기로 분류되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실적이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수입차 시장의 흥행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달 국내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이지만, 수입차 판매 증가율 33%에 못 미치는 수치다. 특히, 국산차 업계가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인 생산과 판매를 하지 못해 지난달 실적에 기저효과가 반영된 점을 고려하면 수입차의 실제 성장세는 훨씬 커진다.
수입차의 인기에는 국내 소비자의 고급 차종 선호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산 세단 중에서도 대형, 고급 차종의 판매량만큼은 전년 대비 18.9% 늘며 유일한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팔린 국산차 1대의 평균 판매금액도 3000만 원대를 넘으며 전년보다 9.7% 높아졌고, 수입차 평균 판매금액도 5.9% 증가한 6300만 원대를 기록했다.
또한, 폭스바겐과 아우디 등 모든 브랜드 판매가 정상화되고, 배출가스 스캔들 이후 규제가 강화된 경유차 대신 휘발유와 하이브리드 투입을 확대한 점도 수입차 판매 증가에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브랜드별 등록 대수는 메르세데스-벤츠가 5707대를 판매해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이어 △BMW 5660대 △아우디 2362대 △폭스바겐 1783대 △볼보 1202대 순이었다. 특히, 슈퍼카 브랜드 포르쉐는 지난달 912대가 팔리며 전년보다 103% 판매가 성장했다.
국가별로는 유럽계가 1만9098대 판매되며 85.7%를 차지했다. 일본계는 전년 대비 20% 감소한 1311대(5.9%), 미국계는 11% 감소한 1881대(8.4%)로 집계됐다.
연료별로는 디젤의 내림세가 뚜렷했다. 디젤차 등록 대수는 10%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는 각각 273%, 582% 큰 폭으로 늘었다. 가솔린과 전기차도 15.9%, 0.5%씩 판매가 증가했다.
지난달 가장 많이 판매된 차종은 메르세데스-벤츠 E 250(862대)이었다. 2위는 폭스바겐 제타 1.4 TSI(753대), 3위는 메르세데스-벤츠 GLE 400d 4MATIC Coupe(694대)가 차지했다.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 따른 영향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GM, 포드, 폭스바겐, 토요타 등 주요 완성차 제조사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불안정해지며 지난달부터 세계 공장의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수입차 업계는 3개월가량의 판매 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는 만큼, 이번 감산으로 인한 영향도 일정 시차를 두고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에도 수입차 업계는 3월부터 코로나19 사태의 본격화로 해외 생산 공장이 가동되지 못하며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그 여파도 7월부터 나타났다. 이번에도 생산량이 많은 업체를 중심으로 물량 확보 지연 등의 문제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감산으로 인해 일정 부분 물량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반도체 수급 상황이 개선된다 해도 2~3달 뒤에 정상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해진다. 한국 쪽에서는 마땅히 조치할 방법 없어 예의주시 중”이라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만큼의 영향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난해처럼 전면적인 생산 중단이 아닌 감산에 불과하고, 제조사들이 주력 차종 생산에는 차질이 없도록 물량을 조절하고 있어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와 같은 물량 부족 문제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라면서도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쉽게 단언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