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1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공서비스 하락세 지속에도 농·축산물 가격과 전·월세가 큰 폭으로 올라서다.
통계청은 4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07.00으로 전년 동월보다 1.1%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1.1%)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근원물가인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가 각각 0.8%, 0.3% 오르며 둔화세를 이어갔으나, 생활물가지수가 1.2% 오르고 신선식품지수는 18.9% 급등했다. 자가주거비 포함지수도 1.1% 오르며 상승 폭이 확대됐다.
품목 성질별로는 상품이 강세를 보였다. 농산물(21.3%)과 축산물(14.4%)이 모두 오르며 농·축·수산물이 16.2% 상승했다. 농산물은 2011년 1월(24.0%) 이후, 축산물은 2011년 6월(16.1%) 이후 20년여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농·축·수산물 홀로 종합지수를 1.26%포인트(P) 끌어올렸다. 품목별로 파(227.5%), 달걀(41.7%) 등이 급등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농산물은) 작년 여름 이후 장마가 길었고 태풍이 잦아 작황이 안 좋았고, 이로 인한 공급 부족으로 오름세를 지속하던 상황”이라며 “이번에는 명절에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많이 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달걀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가정식 증가와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명절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상품 중 공업제품은 0.7% 내렸다. 석유류 하락세 지속의 영향이다.
서비스에선 집세가 0.9% 올랐다. 가중치가 작아 종합지수 기여도는 미미하지만, 상승률만 놓고 보면 2018년 3월(0.9%)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다. 특히 월세(0.5%)가 2014년 12월 이후 7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그나마 공공서비스가 2.1% 내리고, 개인서비스가 낮은 상승률(1.6%)을 지속하며 전체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0.5% 올랐다.
소비자물가는 3월 이후에도 완만한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어 심의관은 “상방요인으로 석유류가 상승 추세인데, 가격 하락세가 둔화하거나 오름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며 “농·축·수산물은 수급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하방요인으로는 정부 정책에 의한 물가 하락 효과가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본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때문에 기대가 꺾이고 있지만, 국내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라며 “수요 증대가 있을 것이고, 이는 수요 측면의 상승 압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전반적으론 상방요인이 우세하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