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눈길만큼 봄과 여름철 빗길 역시 도로 위의 위험요소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형적으로 연약지반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비가 내릴 때면 도로 곳곳에 물이 고일 때가 많다.
이렇게 고인물 위를 빠르게 지날 때 차가 자칫 균형을 잃으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이른바 수막현상(hydroplaning) 때문이다.
수막현상은 이름 그대로 회전하는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 얇은 수막이 생기면서 차가 물 위에 미세하게 뜨는 현상이다.
이 경우 조향 바퀴(앞바퀴)는 접지력을 잃어 제 기능을 못 하고, 굴림바퀴라면 구동력이 떨어져 순간적으로 바퀴가 헛돌 수 있다.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차를 통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렇게 4개의 바퀴 가운데 어느 한쪽이 과도하게 빨리 회전하거나 접지력을 상실하면 자동차 스스로 전자식 주행안정장치(ESPㆍVDC 등 제조사별로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를 재빨리 작동한다. 헛도는 바퀴를 브레이크로 붙잡아 차가 미끄러지는 현상을 막는 기술이다.
다만 이런 전자식 주행안정장치도 100% 만능은 아니다. 한계를 넘어서 차가 과도하게 균형을 잃거나 도로를 이탈하면 여지없이 차가 미끄러진다. 특히 극단적인 수막현상이 발생했다면 주행안정장치도 무용지물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걱정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자동차 주행 안전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런 수막현상을 막아주는 신기한 아이디어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주목하는 기술이 저 멀리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방식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동차 바퀴가 고인 물을 지나기 직전, 바퀴 앞에 고압으로 물을 분사한다. 고여있는 물을 이 고압 물 분사로 날려버리는 방식이다. 물 분사 노즐은 바퀴 앞쪽에 장착한다. 물론 네 바퀴 모두 장착한다.
단순 아이디어에 불과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미 양산차 제조사들이 장착 가능성을 시사하거나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무엇보다 예상보다 생산원가가 싼 편이다. 기본적으로 자동차에 장착된 여러 장비를 십분 활용한 덕이다.
먼저 고인 물 여부를 파악할 때 차에 기본으로 달린 감지 센서를 활용한다.
최근 고급차를 중심으로 전자식 서스펜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방 도로의 노면 상황에 따라 차의 승차감을 조절하는 기술이다. 이미 현대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GV80에 이런 전자식 서스펜션을 도입한 상태다.
이미 장착된 이런 시스템을 활용하면 전방 도로의 물 고임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물 고임이 감지되면 타이어 바로 앞에 달아놓은 고압 분사 노즐을 활용해 물을 날려버리면 된다.
이때 분사하는 고압수도 워셔액이다. 별도의 고압수 탱크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매번 고압수 탱크에 물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없다.
나아가 공기 탱크를 장착하면 고압수 대신 고압 공기분사로 고인 물을 날릴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필요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기술은 국산차보다 수입차를 통해 먼저 만나볼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양산능력을 갖춘 독일 아우디가 벌써 이 시스템 도입을 위해 공동개발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