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집콕 수요 확대 등으로 세트 수요가 회복되고 있고, 반도체 업계 증설도 제한적인 상황이라 앞으로 가격 상승세는 더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 등에 쓰이는 D램(DDR4 8Gb) 현물 가격은 이날 오전 기준으로 평균 4.05달러를 기록했다. D램 가격이 4달러를 넘은 건 지난 2019년 4월 이후 22개월 만에 처음이다.
D램 현물 가격은 2019년 말부터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4월 7일에는 3.60달러까지 올랐으나,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며 같은 해 8월 20일에는 2.54달러까지 내려갔다.
이후 반등세를 타다가 지난해 12월 15일 반년 만에 다시 3달러 선 위로 올라섰고,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로 4달러를 돌파했다.
D램 현물 가격이 이처럼 빠르게 상승하면서 고정거래 가격도 곧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시장 분위기를 즉각 반영하는 현물 가격이 먼저 오르거나 내리면 고정 가격은 이를 후행해 반영한다.
D램 고정 거래 가격 역시 최근 들어 상승세다. PC용 D램(DDR4 8Gb)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달 평균 3달러로 전달보다 5.26% 올랐다. 지난해 5월과 6월 3.31달러를 기록한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게다가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D램 가격 역시 상승세다. 북미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향후 서버 D램 가격의 인상을 예측하고, 구매를 시작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올해 서버용 D램 가격이 전년 대비 35~4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4분기 실적발표 후 개최한 컨퍼런스콜에서 "고객사 재고 조정이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며 "작년에 지연된 투자도 재개되면서 수요가 탄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29일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D램은 공급이 제한되는 반면 서버와 모바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이라며 "D램 수요 증가율을 10% 후반에서 20%로 예상한다"고 했다.
두 회사는 적극적인 연구ㆍ개발(R&D) 및 투자로 슈퍼사이클 기간 이익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EUV(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한 1a(10나노 4세대) D램을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M16 공장 준공식을 열고, 이 공장에서 EUV 장비 활용한 차세대 D램을 연내 생산한다.
최근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호재다. 한파와 정전 등 글로벌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하는 등 반도체 가치는 '귀하신 몸'으로 대접받는 형국이다.
증권 업계에선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1조2000억 원 안팎, 삼성전자 반도체의 경우 4조 원대 중반에서 5조 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전과 한파 등 변수가 있지만,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오히려 이익을 확대할 기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