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외식 및 식품업계가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3차 애그플레이션’(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동반 상승)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대두, 옥수수, 밀 등의 국제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식품 전반에 대한 도미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맥도날드는 25일부터 일부 메뉴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고 21일 밝혔다. 1년만의 가격 인상으로, 햄버거류 11종을 포함해 총 30개 품목에 대해 평균 2.8%(100~300원) 가격을 올린다.
빅맥,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 등은 4500원에서 4600원으로, 불고기 버거는 8년 만에 처음으로 200원 오른 2200원이 된다. 탄산 음료는 100원, 커피는 사이즈와 종류에 따라 100~300원 인상된다.
롯데리아도 지난 1일부터 버거류 13종을 비롯해 디저트류, 치킨류 등 메뉴 25종의 가격을 올렸다. 롯데리아의 인상폭은 100~200원 수준으로 평균 인상률은 1.5%이다. 스테디셀러 제품인 불고기버거, 새우버거 단품 및 세트메뉴, 디저트 치즈스틱은 기존 가격을 유지했다.
이들 기업은 앞서 2차 애그플레이션 직후인 2012년 동시에 가격을 인상한 바 있다. 이번에도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는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과 닭고기ㆍ돼지고기ㆍ달걀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20~30% 급등한 점을 가격 인상 배경으로 꼽았다. 이번 가격 인상이 애그플레이션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빵 값도 올랐다. 베이커리 업계 1위인 파리바게뜨는 지난주 660개 제품 가운데 14.4%에 해당하는 9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5.6% 올렸다. 앞서 뚜레쥬르도 지난달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90여 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약 9% 인상했다.
즉석밥, 두부, 콩나물, 통조림 등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면서 밥상물가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쌀값 급등에 따라 즉석밥 1위 업체 CJ제일제당은 이달 말부터 '햇반' 가격을 6~7% 올리겠다고 밝혔다. 2019년 2월 이후 2년 만의 가격인상이다. 오뚜기도 설 연휴 이후 '오뚜기밥' 가격을 7~9% 인상하기로 했으며 동원F&B는 지난달 '쎈쿡' 7종 가격을 1350원에서 1500원으로 11% 인상했다.
국내 두부 시장 1위 풀무원은 지난달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10~14% 인상했다. 샘표식품은 지난달 반찬 통조림 제품 12종 가격을 평균 35%, 꽁치와 고등어 통조림 제품 4종 가격을 평균 42% 인상했다.
음료 값도 올랐다. 코카콜라는 편의점 제품을 100∼200원 올렸으며 롯데칠성음료도 6년만에 평균 7% 가량 음료 가격을 인상했다. 동아오츠카는 대표 제품 포카리스웨트와 오로나민C 가격을 100∼200원 인상했다.
시장에서는 라면, 제과업계의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최근 국제 밀 선물 가격이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미국 소맥협회 기준)를 경신하면서 과자, 라면 등 밀가루를 원료로 하는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오뚜기는 설 직전 13년 만에 라면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가 소비자 저항에 부딪혀 닷새 만에 철회했지만, 국제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 압박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식료품 물가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은 매우 큰 편"이라면서 "이번 곡물 가격 상승이 지난해 3분기부터 본격화됐음을 감안할 때 2분기부터는 곡물 소재 제품의 판매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