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관광업계와 그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일본인은 5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의료업계, 건설업계 종사자들까지 포함하면 1500만 명 정도의 일본인이 이미 생활고에 시달린다고 한다. 이것은 일본 노동인구의 20%를 넘는 수치다. 2021년 코로나19를 극복하지 못하면 일본에서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15일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개최 전망이 서지 않아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개최를 못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딕 파운드 위원이 늦어지는 백신 접종을 이유로 개최를 확신할 수 없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도 고노 다로 행정·규제개혁 담당상이 “개최될지 아닐지 어느 쪽이 될지 모르겠다”며 장관으로서는 사실상 처음으로 올림픽 중지를 언급했다.
그런데 도쿄올림픽이 중지되면 한국에는 좋은가? 아무래도 올림픽을 위해 노력해 온 한국 선수들에게는 좋은 일이 아니다. 또 일본의 경제적 손실이 4조500억 엔(약 47조 원) 정도가 된다고 하니, 한국도 도쿄올림픽으로 인해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손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으로는 중지가 된다면 도쿄올림픽을 무대로 북한 외교를 할 기회가 사라진다. 그런데 중지의 경우 한국으로서 좋은 일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일본응원단들이 전범기인 욱일기를 들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특히 각 경기에서 혹시나 한일전이 열릴 때는 반드시 욱일기 문제가 야기되니 도쿄올림픽이 중지되면 그 걱정은 사라진다.
일본은 1940년에도 2차 대전 확대로 도쿄올림픽이 중지됐다. 80년 후인 2020년 도쿄올림픽은 연기됐지만, 사실상 중지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개최 여부는 성화릴레이가 시작되는 3월 25일 이전에 결정될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중지를 내부적으로 결정했다고 최근 영국 더타임스가 여당(자민당) 간부의 말을 인용해 보도, 핫뉴스가 됐다. 정부는 영국에서 그런 뉴스가 나와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후 정부와 IOC 관계자 모두 그 사실을 부정하며 반드시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강조하기는 했다.
그러나 일본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80% 이상이 중지 혹은 다시 연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지 댓글을 보면 올림픽보다 코로나 대책에 돈을 써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많다. 더타임스 보도의 진위는 몰라도 여당 내에서도 올림픽 개최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은 무관중 개최를 언급하고 있다. 1월 중순 IOC가 일본 측에 개최를 어떻게 하느냐는 문의를 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정상적인 개최, 관중을 50%로 한정하는 방안, 그리고 무관중 개최라는 3가지를 회답으로 보냈다. 정부는 무관중이라도 개최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문제는 경기마다 예선을 하고 출장선수를 결정해야 하는데 현재 전체의 47%밖에 출장선수가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예선경기 자체를 제대로 열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이에 서방국 불참으로 반쪽 대회가 된 1980년 러시아 모스크바 올림픽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2024년이나 2028년으로 도쿄올림픽을 연기한다는 안이 있다. 그러나 2024년은 프랑스 파리 개최가 결정되어 있는데 파리는 올림픽 개최 100주년을 맞이하니 양보할 리가 없다. 2028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개최인데 이쪽도 양보할 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일본의 여당 고참 의원이 “2032년에 도쿄올림픽을 한다는 희망만 남기고 이번엔 중지로 하는 게 좋겠다”고 더타임스에 말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 것이다.
1월 8일 선언한 제2차 긴급사태의 효과로 당시 7882명까지 치솟은 일본의 일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월 1일 1791명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11개 지방자치단체에 적용하는 긴급사태 선언을 10곳으로 줄이지만 3월 7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도쿄올림픽의 운명이 걸린 2월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