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파란만장 인생역정 끝나지 않아…실질적 국가수반서 재구금 신세

입력 2021-02-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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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주부서 민주주의 영웅으로…'강인한 공작새'
15년 가택 연금 후 문민정부로의 역사적 정권교체 이뤘지만
쿠테타 일으킨 군부에 다시 맞서 싸워야 해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지난해 10월 29일 행정수도 네피도에서 총선 조기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네피도/로이터연합뉴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지난해 10월 29일 행정수도 네피도에서 총선 조기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네피도/로이터연합뉴스

‘강인한 공작새’, ‘미얀마 국민의 어머니’, ‘민주화의 꽃’.

모두 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별명의 주인공은 바로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75) 국가고문이다. 이러한 그가 1일 쿠데타를 일으킨 군에 의해 재감금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극적인 수치 고문의 인생 역정이 다시금 재조명받고 있다.

수치 고문은 1945년 미얀마 독립영웅이자 건국의 아버지로 국민의 존경을 받는 아웅산 장군의 장녀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가 두 살이 되던 1947년 7월 아웅산 장군이 암살되면서, 수치 고문은 고국을 떠나 인도와 영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철학과 정치학,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뉴욕 유엔 본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1972년에는 영국인인 마이클 에어리스를 만나 결혼에 골인, 두 명의 아들을 낳았다.

다소 평범하게 흘러가던 그의 인생은 1988년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미얀마로 돌아온 시점부터 180도 뒤바뀌게 된다. 당시 미얀마에서는 일명 ‘8888항쟁’이라 불리는 민주화 항쟁이 한창이었고, 군부세력은 총칼을 동원해 시민들을 탄압했다. 군정의 총칼에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과 학생, 승려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본 수치 고문은 ‘평범한 주부’에서 53년간의 군부 독재 사슬을 끊어낸 민주화의 영웅으로 대변신하게 된다.

군부독재 국가를 민주화하는 과정은 물론 고통스럽고 험난했다. ‘양곤의 봄’을 이끈 수치 고문은 1989년 군사 정권에 의해 가택 연금됐다. 몇 년의 휴지기를 포함해 석방에 이르기까지 그는 무려 15년 동안 집에 갇혀 가택연금 상태로 지내야만 했다. 군정의 탄압에도 꿋꿋이 비폭력 민주화 운동에 애를 써온 공로를 인정받아 1991년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택연금으로 인해 직접 시상식에 가지 못했고, 시상식장에는 남편과 두 아들이 그를 대신해 참석했다.

그는 가택 연금이 잠시 해제됐던 시기에도 재입국 거부를 우려해 미얀마 땅을 떠나지 못했다. 1999년 3월 1일 남편인 에어리스가 전립선암으로 세상을 떠나던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영국으로 향하는 출국을 스스로 거부했다. 남편이 사망하던 날 수치 고문은 “항상 내 바람을 이해해주는 남편이 있어 나는 진정으로 행복한 여자였다”며 “그 무엇도 나에게서 남편을 빼앗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재야 생활을 보내던 그는 2012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제도권 정치에 발을 디뎠다. 당시 3월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것이다. 가택연금에서 해방된 그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을 이끌고 2015년 총선에 임해 약 80%에 해당하는 390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러한 선거 결과에도 군부가 제정한 헌법으로 인해 대통령직에 오를 수 없게 됐다. 그는 헌법에 없는 국가고문(국가 자문역)이라는 자리를 신설해 대통령 위의 지도자가 됐다. 군부 독재 시대를 완전히 끝내고 역사적인 정권 교체를 완수한 것이다.

이후 그는 미얀마의 실질적 국가수반으로서 사실상 정권을 주도해왔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도 수치 고문이 이끄는 NLD는 전체 선출 의석의 83.2%를 석권, 직전 선거를 웃도는 대승을 거뒀다. 이에 문민정부 2기에 접어들었지만, 다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고 미얀마의 민주주의는 다시 위기에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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