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5G 속도가 반년 사이 10분의 1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8㎓ 대역을 선제 도입한 버라이즌의 통신 품질이 떨어지면서 ‘28㎓ 대역은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이라는 정부 정책 방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일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버라이즌의 5G 다운로드 속도는 47.4Mbps를 기록해 지난해 6월 494.7Mbps에서 10분의 1가량이 줄었다. T모바일은 58.1Mbps, AT&T는 53.8Mbps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오픈시그널이 지난해 9월 16일부터 12월 14일까지 조사해 지난달 말 발표한 것이다.
버라이즌은 T모바일이나 AT&T와 달리 28㎓ 대역을 중심으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28㎓ 대역은 전파의 직진성이 강해 더 빠른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6월 오픈시그널 발표에서 버라이즌의 속도가 압도적인 1위를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28㎓ 대역은 전파의 회절성(휘어지거나 통과하는 성질)이 약한 탓에 도달 거리가 짧다는 약점이 있다. 그 결과 당시 조사에서도 버라이즌은 5G 가용성(연결시간·Availability)이 0.4%로 낮게 집계됐다.
이후 버라이즌은 5G 커버리지 확대에 주력했다. 지난해 하반기 아이폰12 출시에 맞춰 LTE 주파수에 5G 이동통신 기술을 적용하는 DSS(동적 주파수 공유)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또, 3.5㎓ 대역 주파수 경매에서 주파수를 확보에 중대역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미 통신전문 매체 피어스와이어레스에서 이안 포그 오픈시그널 연구원은 “버라이즌이 3.5㎓ 대역 이하인 서브 6 구간에서 5G 통신망을 구축하면서 지난해 6월과 달리 속도가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주파수 대역은 3.5㎓”라며 “대부분 나라에서 3.5㎓ 대역을 유일하게 사용하고 있고, 이들 나라에서 5G 다운로드 속도가 4G보다 5~6배 빠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버라이즌은 지난해 하반기 커버리지 확대에 주력한 결과 가용성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0.4%였던 가용성은 9.5%까지 올랐다. T모바일은 30.1%, AT&T는 18.8%를 기록했다.
오픈시그널 발표에 앞서 글로벌 통신시장 조사기관 우클라에서도 버라이즌은 5G 다운로드 속도 꼴찌였다. 지난달 말 발표에서 버라이즌의 속도는 67.07M bps였고, 이는 작년 3분기 우클라 조사 당시 792.5Mbps에서 대폭 떨어진 속도다.
버라이즌이 28㎓ 대역에서 중저대역 활용으로 선회하는 모습은 28㎓ 대역의 한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 때문에 이통사로서는 28㎓ 대역 지원 기능이 없는 스마트폰 단말기 출시 논란 등을 방어할 논리가 생기는 셈이다.
정부와 SK텔레콤은 이미 28㎓ 대역을 B2B 중심으로 쓰겠다고 공언했다. 스마트공장, 자율주행 등 5G 서비스를 위해 28㎓ 기지국 구축은 지향해야 할 지점이지만, 당장 스마트폰 단말기를 위해 시급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달 25일 홍진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장도 브리핑에서 28㎓ 대역을 지원하는 스마트폰 단말기 출시 전망에 관해 “시장에서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우선 B2B 시장이 먼저 열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