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컨설팅펌인 매킨지는 단·중·장기 전략 체계로 스리 호라이즌(Three Horizons) 프레임을 제안했다. 단·중·장기에 각각 기존 상품의 개선과 강화,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전략을 배치하고 7:2:1의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전환적 혁신을 병행하라(Dual Transformation)’의 저자인 앤소니 스캇(Anthony Scott)은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과 전략에 대한 투자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킨지의 스리 호라이즌 프레임과 일맥상통한다. 컬럼비아대학의 데이비드 라저스(David Rodgers) 교수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는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는 혁신과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기업과 정부가 성공의 함정에 매몰되어 있거나 현상황에 안주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많은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주장하면서도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정도에 머물러 있다. 과장하자면, 스리 호라이즌 프레임에서 7:2:1의 투자는커녕 10:0:0의 투자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투자 전략은 우리를 트렌드에 소몰이당하게 한다. 우리가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트렌드를 좇으며 우왕좌왕하게 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리 호라이즌 프레임을 강화해야 한다. 스리 호라이즌은 미래학에 그 연원을 둔다. 모든 트렌드는 태어나고 성장하며 성숙하고 사라진다. 수개월의 생명주기를 갖는 마이크로 트렌드에서 10년 이상 지속되는 메가 트렌드까지, 모든 트렌드는 생로병사한다. 트렌드의 유아기를 위크 시그널(Weak Signal), 이머징 이슈(Emerging Issue) 혹은 변화의 씨앗(Seed of Change)이라고 한다. 유아기에서 성장하여 소년기로 접어들었으나 아직 성장의 협곡인 캐즘(Chasm)을 건너지 못한 것을 이머전트 트렌드(Emergent Trend)라고 한다. 이머전트 트렌드가 성년기에 들어서야 트렌드가 된다. 트렌드 생애주기를 기준으로 트렌드가 유효한 기간을 호라이즌 1, 현재 이머전트 트렌드가 트렌드가 되는 미래를 호라이즌 2, 현재 이머징 이슈가 트렌드가 되는 미래를 호라이즈 3라고 한다.
필자는 스리 호라이즌에 대응하는 전략을 각각 적응/대응전략, 혁신전략, 형성전략으로 나누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행할 것이 아니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적응/대응전략은 현재의 사회·기술·경제·생태·정치/제도의 트렌드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전략, 혁신전략은 이머전트 트렌드에 대비하여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혹은 정책을 혁신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중국 샤오미 회장인 레이쥔은 “돼지도 태풍의 길목에 서면 날 수 있다”고 했는데 바로 이때의 전략을 말한다. 형성전략은 변화의 씨앗을 심거나 혹은 이머징 이슈를 지속적으로 스캐닝하여 미래를 설계하고 투자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이, 한국의 정부가 이 변화의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변화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응시할 줄 알아야 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트렌드에 소몰이당하지 않으려면, 변화의 씨앗을 심고 그 결실을 거두고 있는 오늘의 구글과 내일의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SpaceX)에 소몰이당하지 않으려면, 스리 호라이즌의 시각 틀로 단·중·장기 전략을 준비하고 마련해야 한다. 또한 변화의 씨앗을 과감하게 뿌려야 하며, 과감한 비즈니스 실험과 정책실험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살아남으려면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