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미래 모빌리티 시대로 전환 중인 가운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들이 속속 자동차 산업 진출을 선언 중이다. 이들은 “자동차 산업이 사정권에 들어왔다”라며 속속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과도기에 차 산업에 뛰어든 일부 기업은 성공했다. 반대로 또 다른 일부는 실패했거나 증도에 시장 진출을 포기했다. 대표적인 게 미국 테슬라와 영국 가전기업 ‘다이슨’이다.
가전업계의 애플로 불렸던 다이슨은 2017년 전기차 진출을 선언했다. “전기모터 하나는 우리가 끝내주게 만든다”라며 출시 시점도 2021년으로 못 박았다.
그러나 2년 만에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은 “추가 투자를 위해 투자자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라며 조용히 자동차 산업 진출 철회를 밝혔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 변화 초기에 출사표를 던진 기업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테슬라는 시장이 주목받는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다이슨은 차를 내놓지도 못하고 전략을 철회했다.
2020년대 들어 자동차 산업의 방향성이 점진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성공한 브랜드와 실패한 회사가 생기면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도 줄었다.
사정이 이쯤 되니 본격적인 경쟁자들이 출사표를 던지기 시작한다. 미국의 애플, 일본의 소니, 중국의 바이두 등 글로벌 3대 빅테크들이다.
이들 3대 빅테크는 테슬라 또는 다이슨보다 넉넉한 자본 조달력을 갖췄다.
브랜드인지도 역시 이들을 크게 앞선 IT 전자 기업들이다. 테슬라 약진에 콧방귀조차 안 뀌던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이 바짝 긴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미래차에는 이들이 지닌 기술력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다는 점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애플이 '애플카' 출시를 위해 현대차에 협력을 제안해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에 2021년 새해 벽두부터 차 업계가 술렁였다.
현대차는 “협의 초기 단계”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애플과 현대 협력이 성사될 가능성을 따지며 셈법이 분주하다.
애플은 2024년까지 자율주행 승용차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여러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관련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애플이 조립을 위해 제조사와 협력하고 애플은 기존 완성차 제조사의 자동차에 탑재할 수 있는 자율주행시스템만 개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매년 9000만 대의 신차가 팔리는 가운데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토요타, 미국 GM이 1000만 대씩 차를 판매하는 산업에 정면 대결을 피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래도 애플카 출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끊이질 않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와 게임기, 광학기기 등을 만드는 소니는 이번 행사에 전기차 콘셉트카 ‘비전-S’를 내놨다. 차 이름도 전기차 시대를 겨냥한 ‘소니의 비전’을 뜻한다.
당시만 해도 소니의 콘셉트카는 하나의 부품 목록에 지나지 않았다. 직접 소니가 완성차 제조 산업에 뛰어들면 현재 주요 차 회사에 공급 중인 부품을 더는 팔 수 없게 된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제조사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부품 발주를 꺼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칫 기술이 유출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전자장비를 총망라한 소니 비전-S 콘셉트카는 많은 차 회사에 전자부품을 판매하기 위한 커다란 부품 '카탈로그'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소니가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면서 실사 시험 중인 영상을 공개하면서부터다. 일반 양산차와 마찬가지로 혹한기 테스트 중인 비전-S 사진을 공개하면서 양산차 출시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많아졌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업체 바이두 역시 전기차 시장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다.
바이두는 이달 초 중국 지리자동차와 전략적 동반관계를 구축, 독자적인 전기차 업체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산은 소수 지분을 갖게 되는 지리자동차가 담당한다. 지리차는 볼보 모회사이기도 하다.
바이두는 이미 베이징에서 ‘아폴로’로 불리는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를 갖춘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험 중이다.
정부 보조금과 인프라 건설에 힘입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시장에 바이두까지 공식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기술력과 양산차 생산 능력에서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다. 다만 중국이라는 거대 국가가 버티고 있는 만큼, 적어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을 거머쥐고 있는 만큼 이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차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