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신 친환경 생산기지 탈바꿈…한국지엠 창원 신공장의 주역을 만나다

입력 2021-01-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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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경영정상화 계획에 따라 창원공장 탈바꿈 중…규모 넓히고 친환경 설비 대거 갖춰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복임성 한국지엠 생산부문 제조품질담당 실장, 김재희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장, 송재봉 한국지엠 생산부문 창원도장담당 상무, 유경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 차장.  (사진제공=한국지엠)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복임성 한국지엠 생산부문 제조품질담당 실장, 김재희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장, 송재봉 한국지엠 생산부문 창원도장담당 상무, 유경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 차장. (사진제공=한국지엠)

국민차 칭호를 얻은 티코부터 스파크, 다마스, 라보까지. 1991년 준공 후 경차 생산을 전담하던 한국지엠(GM) 창원공장이 새로 태어난다. 올해로 서른 살이 된 창원공장은 글로벌 GM의 차세대 신차를 생산할 기지로 탈바꿈 중이다.

2018년 GM과 산업은행은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 7조7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GM은 당시 약속한 투자 계획에 따라 한국지엠 창원 공장을 새로 건설하기로 한다. GM 본사가 배정한 차세대 경형 CUV(크로스오버 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한국에서 연구ㆍ개발해 생산까지 할 수 있는 기반을 닦기 위해서다.

한국지엠은 경차뿐 아니라 중형 SUV, 밴까지 만들 수 있도록 창원공장을 개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기존 공장 규모로는 공간이 부족했기에 공터에 새로운 도장공장부터 짓기 시작했다. 21세기 들어 완성차 5사 중에 공장을 새로 세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도장공장은 차체에 페인트 등을 입히는 작업을 담당한다. 프레스, 차체, 조립, 엔진 등 나머지 공장은 차례로 개조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사를 끝낼 계획이다.

공장을 새로 짓거나 바꾸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생산할 차종에 맞는 설비를 갖추고, 공정마다 적정한 인원과 기술을 배치해야 한다. 최상의 생산성을 고려하는 작업도 필수다. 막중한 임무는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법인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산하 생산기술연구소가 맡았다.

이투데이가 신공장 건설에 참여한 김재희 GMTCK 생산기술연구소 도장생산담당장, 유경삼 도장설비기술팀 차장과 복임성 한국지엠 제조품질담당 창원품질실장, 송재봉 창원도장담당 상무를 22일 만났다.

생산기술연구소, 차량 설계와 생산의 ‘가교’

▲김재희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장이 22일 창원 신도장공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김재희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장이 22일 창원 신도장공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완성차 업계는 모터쇼 등을 통해 콘셉트카를 선보인다. 회사의 차세대 기술과 디자인을 담은 표본이지만, 콘셉트카가 실제 양산되기는 어렵다.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표준 설계가 있어서다. 이처럼 설계와 생산의 간극을 좁히는 일이 바로 생산기술연구소의 역할이다.

김재희 담당장은 “생산기술은 공정, 기술, 인원 배치, 생산성, 안전 등 생산과 관련한 모든 표준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라며 "설계, 디자인과 생산의 가교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새로운 공장을 지을 때 생산기술연구소의 책임은 막중하다. 대우차 시절부터 32년간 생산기술을 담당한 유경삼 차장은 수많은 시간을 신공장 건설에 할애했다. 입사 직후에는 현재의 창원공장을 짓는 작업에 참여했고 이후에는 우즈베키스탄, 인도, 베트남 등 해외 생산기지 건설에 관여했다. GM 인수 이후에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공장 건설에 힘을 쏟았다. 유 차장은 "출장 때문에 해외에서 잔 날만 따져봐도 3~4년은 될 것"이라 회상했다.

생산기술연구소의 적극적인 역할은 완성차의 상품성을 좌우하기도 한다. 한국지엠이 개발해 생산하는 SUV 트레일블레이저가 투톤 색상을 갖추게 된 것도 생산기술연구소의 작품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차체와 지붕(루프) 색상을 최대 25개까지 다르게 조합할 수 있어 국내외 소비자의 호평을 받고 있다. 투톤 색상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생산기술연구소는 부평공장의 유휴 설비를 활용하는 대안을 짜냈다. 설비를 추가하지 않으면서도 상품성을 높일 수 있던 비결이었다.

창원공장, 다양한 차종을 더 많이 첨단 기술로 생산

▲(왼쪽부터)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  유경삼 차장, 정선환 차장, 김재희 담당장, 정진무 차장이 신공장 내부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선환, 정진무 차장은 일정 상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왼쪽부터)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 유경삼 차장, 정선환 차장, 김재희 담당장, 정진무 차장이 신공장 내부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선환, 정진무 차장은 일정 상 인터뷰에 참석하지 못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경차만 생산하던 창원공장은 다양한 차종을 만들 수 있는 공장으로 탈바꿈 중이다. 전체 공장 규모는 기존대비 2배로 넓어진다. 새 도장공장은 큰 차량도 만들 수 있게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생산 능력도 높였다. 현재 창원공장의 1시간당 생산량(UPH)은 50대 수준이다. 신공장은 UPH를 60대로 끌어올렸다. 차체와 조립 등 다른 공장도 이 수준에 맞는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도장공장은 추후 UPH를 65대까지 높일 수 있도록 예비 공간까지 마련해 뒀다.

더 다양한 색상을 입히기 위해 도장공장에는 도색을 위한 수조를 여유 있게 설치했다. 도장 공정에는 페인트가 가득 담긴 수조(탱크)에 차체를 담갔다 빼는 작업이 있다. 수조는 한 번 만들면 이후에 추가하기가 어렵다. 총 14개의 수조가 설치됐는데, 두 가지 색상을 추가할 수 있는 여유 공간도 마련된 상태다.

사람이 담당하던 공정을 자동화하는 등 최신식 기술도 대거 적용했다. 그런데도 자동화로 인원이 감축될 우려는 없다고 한다. 송재봉 생산 담당 상무는 "사람이 하기 힘들던 업무를 자동화한 것"이라며 "생산능력을 늘렸고, 자동화 장비를 유지 보수하는 인원이 새로 필요한 만큼 지금 정도의 고용이 유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추후 창원공장 개조가 끝난 뒤 경형 CUV와 스파크의 공동 생산이 시작되면 현재의 1교대 체제는 2교대로 전환될 전망이다. 추후 고용 인원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신 도장공장에는 한국지엠이 독자 개발한 기술도 설치됐다. 스워드 브러쉬(sword brush) 로봇이 대표적이다.

도장공장에 들어가는 차체에는 먼지가 있어선 안 된다. 기존에는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타조의 꼬리털을 꽂은 기계를 사용했는데, 사용할수록 손상되는 깃털의 특성상 잦은 유지 보수가 필요했다. 한국지엠은 회전하는 스워드 브러쉬를 사용해 먼지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현재 미국 GM으로 역수출돼 글로벌 기술 표준으로 만들어졌다.

신기술 적용에 대해 복임성 품질 담당 실장은 "최우선 목표가 가장 좋은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더 좋은 도장 품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중금속 사용ㆍ탄소 배출ㆍ에너지 사용 최소화…"가장 친환경적인 공장"

▲(오른쪽부터) 복임성 한국지엠 생산부문 제조품질담당 실장, 송재봉 한국지엠 생산부문 창원도장담당 상무, 유경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 차장, 김재희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장이 22일 이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오른쪽부터) 복임성 한국지엠 생산부문 제조품질담당 실장, 송재봉 한국지엠 생산부문 창원도장담당 상무, 유경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 차장, 김재희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장이 22일 이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국내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공장을 지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김재희 담당장은 자신 있게 말했다.

GM 산하에 있는 사업장은 공장을 지을 때 정해진 하나의 표준을 지켜야 한다.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더라도 기준을 반드시 맞춰야 한다. 창원공장 역시 GM의 까다로운 글로벌 환경, 에너지, 품질, 안전 기준을 100% 준수해 탈바꿈 중이다.

새로 지은 도장공장은 중금속 사용을 최소화했다. 차체에 페인트를 입히는 과정에는 중금속 성분이 많이 사용됐지만, 신공장은 중금속이 포함되지 않은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도색을 위한 스프레이 부스에서 대기로 방출해버리던 휘발성 화합물을 농축해 처리하는 설비도 추가됐다.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정 하나를 통째로 없애기도 했다. 페인트를 입힌 뒤 차체에 뜨거운 열을 가하는 베이킹(굽는) 공정이 필수적이었는데, 이를 탄소 배출이 적은 최신 공법으로 대체했다.

공기 재순환 시스템을 적용해 에너지 사용까지 줄였다. 도장공장은 실내 온도를 25도로 유지하며 공기를 끊임없이 순환해야 한다. 기존에는 외부에서 빨아들인 공기를 정해진 온도로 맞춘 뒤 그대로 순환해 배출해버렸다. 신공장에는 이 공기를 정화해 다시 사용하는 기술을 사용해 난방과 냉방 비용을 줄였다.

또한, 신공장을 3층 구조로 제작해 사람이 수작업하는 공간과 기계가 설치된 곳을 분리했다. 한국지엠 측은 이를 통해 안전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신공장에 도입된 친환경적인 기술과 설비는 GM의 탄소 배출 제로 비전을 구현하는 데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촉박한 일정ㆍ코로나19 이겨낸 신공장 건설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GM) 사장이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을 생산할 창원 사업장을 7일 방문해 신축 중인 도장공장 공사 현장의 안전과 투자 진척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GM) 사장이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을 생산할 창원 사업장을 7일 방문해 신축 중인 도장공장 공사 현장의 안전과 투자 진척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신공장 건설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공사 기간은 촉박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태풍까지 덮쳤다.

공사는 2019년 초부터 시작됐다. 30개월 이내에 준공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던 중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GM에서는 이동을 최소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대중교통 이용도 금지했다. 생산기술 담당자들은 자차로 서울과 창원을 오갔다.

공장 건설 경험이 있는 글로벌 GM의 기술 인력도 쉽게 데려올 수 없었다. 중국 사업장에 소속된 인력은 입국 후 호텔 하나를 빌려 14일간 격리한 뒤 공사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외부 인원과 접촉하면 안 된다는 각서까지 받았다.

여름에는 태풍이 괴롭혔다. 마침 공장에 지붕을 씌울 무렵이었다. 유경남 차장은 "다행히 별일 없이 지나가긴 했지만, 일주일 단위로 최강의 태풍이 두 개나 와서 시설이 손상되진 않을지 걱정했다"고 회상했다.

신 도장공장은 1분기 공식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는 품질 숙성이나 생산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스파크 한 대를 도장공장에서 시험 생산했다. 코로나19 탓에 외부 인사는 부르지 못한 채 조촐한 행사를 열었다. 관계자들은 차체 보닛에 서명하며 공장 건설을 자축했다. 당시 한 임원은 '코로나19 극복의 상징'이라는 글귀를 적었는데, 상황에 딱 들어맞는 표현으로 회자됐다.

"한국지엠 생산기술연구소 인력들이 중국에서 공장을 많이 지었는데, 매번 지원 나간 뒤 돌아와서 한 말이 '우리도 이런 공장 지어봤으면 좋겠다'였어요. 그런데 이제 소원을 이뤘습니다."

김재희 담당장의 말에 기대와 자신감, 뿌듯함이 묻어났다. GMTCK 생산기술연구소의 열정과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 노력이 빛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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