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빨라지고 연금 수급 시기는 점점 늦어지면서 '이것' 역시 길어지고 있다. 이것은 퇴직 후 연금 수령 전까지 소득이 없는 기간을 자연 현상에 빗댄 말로, 보통 한국 직장인은 50대 초반에 은퇴해 65세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이것을 거친다. 이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소득 크레바스'다.
크레바스는 본래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을 말한다. 그 깊이가 매우 깊어서 한번 크레바스에 빠지면 곤경에 빠지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경제에서 소득 크레바스는 은퇴 후 연금 수령 전 까지 소득이 낮아지는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을 '은퇴 크레바스'라고도 하며, 소득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는 시기라는 뜻에서 '소득 절벽'이라고도 한다. 이 기간에 대한 두려움은 '크레바스 공포'라고 한다.
201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직장인은 평균 49.5세에 퇴직한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65세인 것을 고려하면, 소득 크레바스 기간은 평균 15.5년에 달한다.
지난해 하나금융그룹이 은퇴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노후자금을 충분히 준비했다고 답한 사람은 8.2%에 불과했고, 충분하지 않다는 응답은 무려 66%를 기록했다. 직장을 다닐 때와 비교해 생활비를 줄였다고 답한 비율 역시 62.8%로 높았다.
소득 크레바스 기간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국민연금을 받는 65세가 되어도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5.7%로, OECD 평균 12.9%의 3배가 넘는다.
높은 빈곤율은 높은 재산 범죄율로도 이어졌다. 1일 대검찰청이 발표한 '2020 범죄 분석'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65세 이상 고령자 10만명당 479.9명이 재산 관련 범죄를 저질렀다. 이는 2010년 전체 고령자 10만명당 203.6명이 재산범죄를 저지른 데 비해 약 135.7% 늘어난 수치다.